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함에 따라 지난 3월 19일 시작된 이라크전쟁은 43일만에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이라크전쟁이 향후 국제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라크전쟁 전후를 비교해 국제질서가 어떻게 달라졌으며 왜 달라졌는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이라크전은 자유주의 제도화의 한계와 미국 일방주의(unilateralism) 현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라크전의 커다란 특징으로 무엇보다 이라크전은 1991년 걸프전과 달리 유엔의 결의와 서유럽을 비롯한 우방국가의 동의에 기초하기보다는 미국의 일방적 이해와 입장에 의해서 수행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쟁수행방식에 있어서 이라크 전쟁 이전에는 미국이 유엔의 이름을 빌어 최소한의 공식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전쟁을 수행하였는 데 반하여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라크전쟁 이후에도 직접적인 전쟁수행국가인 미국, 영국, 폴란드 3국이  이라크 전역을 관할하는 평화유지군 창설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유엔을 배제하고 있다.

이라크전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레짐 등과 같은 제도화가 진전될수록 국제질서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 가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무정부상태(anarchy)에 있는 국제정치에서는 특히 전쟁과 같은 한계상황 속에서는 맨체스터 신조(the Manchester creed)보다 자구(self-help)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국의 국가권력에 기초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에서는 소위 미국의 일방주의가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현실이 아니라도 이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라크 전쟁 이후 앞으로도 팍스 아메리카의 일방주의가 국제질서에서 여전히 작동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있다. 국제체제는 ‘힘의 배열’(distribution of power)에 의해 결정된다는 월츠(Kenneth N. Waltz)의 주장을 참조하면, 이라크전쟁 이후 현 국제체제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이라는 것이 확연히 들어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200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프랑스와 독일과의 마찰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이에 대한 유럽의 반발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일극체제 내에서는 국제정치의 전쟁과 평화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 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 국제정치는 국제체제의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수준으로 환원되어 결정되는 것이 된다.

이라크전쟁의 발발은 탈냉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대표적 시각 중의 하나인 민주적 평화론에 도전하고 있다. 도일(Michael Doyle)의 경우 19세기 이후 자유주의적 민주제를 신봉하는 국가들끼리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탈냉전 이후 신국제질서 속에서 평화의 가능성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적 평화론은 근본적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기반하고 있다. 막대한 전쟁비용을 자신 스스로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국민 다수는 전쟁에 반대할 것이고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쟁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민주적 평화론과 달리 이라크전쟁의 경우 세계적인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의 지지 하에 이라크전쟁이 수행됐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민주적 평화론의 전제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라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쟁으로 인하여 맞이하게 된 자유주의 제도화의 한계와 미국 일방주의의 현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첨단무기를 동원하여 이라크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자신감이 북한 핵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여부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걸프전이 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의 시작이라면, 첨단무기를 동원한 정밀타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라크전은 RMA의 성공적인 적용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은 RMA의 완성을 위해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에 대한 미사일방위정책(MD:missile defese)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뉴욕 타임즈의 새파이어(William Safire)는 악의 축이라는 연극은 3장으로 구성된 것으로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라고 북한에게 적용될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전쟁에 나타난 미국의 일방주의가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여부는 유엔의 공식적 결의 내지 직접적 관련 동맹국가인 한국의 동의와 상관없이 미국의 목적과 이해에 의해 결정되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 일방주의의 적용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하더라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목적과 이해에는 북한 핵확산 방지라는 단일의 목적 이외에도 기존의 한미관계의 악화방지라는 이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소과정에서 군사적 해결방식은 남북한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피해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평화적 해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한국경제의 규모만을 감안하더라도 북한 핵문제로 인하여 한국경제의 악화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미국도 군사적 해결을 강행하기 어려운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 기초해 볼 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적용될 미국의 일방주의가 군사적 해결보다 평화적 해결로 전개될 수 있도록 우리의 논리와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철호(본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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