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김 모 양(여·21세)은 월말이 되어 괴롭다. 용돈을 받을 날이 15일이나 남았지만 통장잔고가 거의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왜 가난한 걸까' 고민하고 매월 초 강림하는 지름신을 탓해 보지만 반성도 그때 뿐, 매번 똑같다.

#2 박 모 양(여·24세)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 40만원과 최근 시작한 아르바이트 비 20만원 중 15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다 썼다. 술값을 포함해 외식비로 35만원, 교통비로는 5만원을 사용했다. 저축해 놓은 돈은 없다. 적지 않은 용돈을 받으면서 부모님에게 또 손을 벌려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이야기는 두 학생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김정훈(원광대 가정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던 1993년과 비교했을 때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늘어났다”며 “과소비 지출행태를 남에게 쉽게 이야기 하면서 금전관리 능력이 없다는 대학생의 이야기도 자주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금전관리 능력이 부족한 이유는 돈을 다루는 경험과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금전관리 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대다수의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인 독립권을 주지 않는다. 김정훈 교수는 “부모들은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자녀에게 경제적 책임이 가중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금전교육 없이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많아지는 지출을 관리하는데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현택수(인문대 사회학과) 교수도 “향유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행동양식이 몸에 배려면 가정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말했다.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의존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의 영향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미국, 유럽에 반해 우리나라 20대 대학생 대부분은 직장을 가진 후 독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 모 양은 “직장을 가지기 전까지는 부분적이라도 경제적으로 의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를 이용해 짧은 기간단위로 예산안을 짜기를 권한다. 지출을 통해 경제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또한 돈을 잘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 돈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오치훈(문과대 영문06) 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대학입학 이전에 다양한 아르바이트나 일용직노동자로 일해 보면서 돈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되었다”며 “돈의 귀중함을 알기 때문에 돈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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