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민주광장에서 하늘을 바라보다 오랜만에 고교 시절의 추억에 젖어들었다.

기숙사에 살다보니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 맞이하던 동틀 무렵의 그 시간을 남몰래 좋아해왔다. 밝은 기운이 돌지만 해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시간’, 씻은 듯이 찾아온 새벽하늘은 아름다운 파스텔 톤으로물들고 상쾌한 바람은 나를 감싸고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의 하늘이 깊은 밤보다 어둡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동이 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 북아프리카에서 들리는 시위대의 소식을 듣고 있다. 분신자살한 노점상 청년의 안타까운 모습이 촉발한 튀니지 발 독재정권의 퇴출은 곧바로 이집트로 이어졌고 현재 리비아까지 번져있다. 이집트는 18일간의 항쟁으로 어느 정도 시위는 마무리된 상태라 하지만 리비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국민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도 바쁘다. 시위대가 독재자를 무너뜨린 후에 어떤 식으로 국가를 만들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이집트의 상황은 우리의 1980년 ‘서울의 봄’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앞으로의 민주화 여부는 군부가 좌지우지 하게 된 상황인 것이다. 당시 우리는 10·26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민주사회로 갈 것이라는 희망이 넘쳤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강경진압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뼈아픈 희생을 통해 민주화에 조금씩 다가가는 그들은 절대로 우리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아픔이 따르는 이 시간만큼은 조금 더 참고 견뎌야 할 것이다. 가장 어두운 ‘동이 트기 전의 새벽’을 지나고 나면 새벽하늘의 아름다움과 상쾌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밝은 날’이 왔단 소식을 교내가 파릇한 새싹으로 가득하고 봄꽃이 만개하기 전에 듣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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