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일본의 야당인 민주당은 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를 위한 정부의 <국립대학법인화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안은 대학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각 대학의 자율성의 확대를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정부안의 경우 국립대학이 추구해야할 경영상의 중기목표의 작성자를 문부과학상(文部科學相, 교육부장관에 해당)으로 정하고 있는 것에 반해 수정안은 그것을 국립대학으로 변경하고, 중기목표 달성을 위해 각 대학이 작성하는 중기계획도 문부과학상의 인가를 받아 제출하도록 한 기존의 절차도 삭제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국립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본의 여·야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는 고이즈미 수상이 취임과 함께 공약으로 제시했던 정부기구의 축소·공무원감축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 방안은 1998년 <중앙성청개혁추진본부>(中央省廳改革推進本部)가 제출한 국가공무원 감축계획에 의해 처음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계획은 2001년도부터 10년 간에 걸쳐 국가공무원을 25%를 감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었다. 이 계획이 발표될 당시 국가공무원의 수는 55만명(공사화가 예정된 우편관련직원 30만명은 제외)이었고, 그 가운데 국립대학의 교직원은 약 12만 5천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공무원 수의 감축을 위해서는 국립대학 교직원의 수의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추진된 국립대학 법인화는 지난 2월 27일 <국립대학법인화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법안의 형태로 공표되었다. 이 당시의 법안에는 경영에 관해서 심의하는 <경영협의회>를 각 대학에 신설하고, 외부 위원을 과반수 이상 두는 것, 문부과학성 내에 대학평가위원회를 설치하여 제3자에 의한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는 대학의 평가에 기업의 일반적인 평가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잘 나타나있다. 정부에만 의존해 왔던 국립대학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대학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존립의 경쟁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는 것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 대한 이러한 기업식 평가방법의 도입에 뒤이어, 3월 26일에는 좀더 구체적인 국립대학의 법인화의 내용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교직원의 비공무원화. 독립법인화된 국립대학의 교직원은 공무원직을 상실하고 <비공무원>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직원의 채용은 각 대학에 위임된다. 교원의 경우도 민간연구소에 참여해 보수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에 관여하는 것도 허용된다. 다음으로 수업료 책정권의 이양. 지금까지 정부가 일괄적으로 책정해 왔던 수업료의 경우도 정부는 일정한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일 수업료의 원칙이 적용되었던 인문사회과학계열과 이공계, 의학계간의 수업료에도 격차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학의 수익사업 허용. 이것은 수익사업을 금지하고 국가로부터의 보조와 수업료에 수입원을 한정했던 조치의 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법인화된 국립대학은 독자적으로 교육·연구에 관한 수익사업을 운영하여 그 수입을 대학운영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법안이 직원의 채용과 해고의 권한을 대학에 이양하고, 대학 독자의 수익사업을 허용함으로써 인사와 경영이라는 대학운영의 주요 권한은 분명 대학 자율성에 맡겨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의 수정안 제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정부안은 인사, 경영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활동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학운영계획에 대한 정부의 심의를 자율운영의 전제로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독립법인화법안은 정부가 국립대학에 대해 개입을 계속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이상한 구조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정부의 주체적인 역할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낯익은 딜레마이다. 일단 일본의 경우는 대학 자율성의 확대가 교육현장을 개혁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독립법인화에 따른 교육비의 상승, 학문간 차별적 투자에 따른 상대적 소외감의 발생, 기초학문의 붕괴와 같은 문제들에 성의 있는 대책들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수업료의 상승과 정부보조금의 축소로 인해 유학생에게도 적지 않은 시련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본국립대학에 대한 유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이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학문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독립법인화 조치는 필자와 같은 유학생뿐만 아니라 한국의 교육현장과도 결코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의 추이를 냉정하게 지켜볼 일이다.



<서동주 동경 통신원 young@kunew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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