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제 43대 안암총학생회장단을 법적 처벌할 수 없냐는 질문이 고파스에 쇄도했다. 안암총학생회장단이 강의평가 사이트와 고파스의 사용자 아이디가 같다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 신상정보를 검색했기 때문이다. 학생회 클럽에는 학생의 개인정보가 올라왔고, 집행부원들은 그것을 학생들을 조롱하는데 이용했다. 이 사건은 ‘학생회의 학생 사찰’으로 불리며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피해 학생은 회장단을 고소하겠다고 항의했다.

이 사건은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 걸까? 피해학생은 총학생회장단을 고소할 법적 근거가 있는걸까?

개인정보 수집보다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더 위법행위에 가깝다. 수집한 정보를 타인에게 공개하거나 전파한다면 분명한 명예훼손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비공개 게시판을 이용해 학생회 집행부끼리만 공유했으므로 완전한 전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형사처분은 어렵다. 정보통신보안법에서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활용돼야 형사처분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연갑(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피해입증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경우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하지만 어떤 정보라도 개인정보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이 경우 운영자는 개인정보를 공개해선 안됐다”고 말했다. 검색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신상정보를 찾아내는 ‘구글링’ 역시 법적 처벌은 어렵다. 비공개된 글을 해킹한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학생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다. 대학사회 내에서 성추행, 명예훼손, 폭력등에 대한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등 대학생이 법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에게 법은 아직 먼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왜 알아야 하나’보다 ‘알지 못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를 먼저 생각하길 권한다. 모르는 법이 많을수록 위험에 빠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미화노동자에 막말을 했던 패륜남과 패륜녀는 누리꾼의 비난 대상이 됐다. 누리꾼은 신상정보를 이용해 인터넷 상에 사진을 공개하거나 개인사를 공개했다. 이 경우에도 분명 패륜남녀가 윤리적인 잘못을 했지만 위법에 기초한 형사처분은 오히려 누리꾼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이는 공동체의 정의를 위한 행동이 아닌 단순 ‘마녀사냥’이며 그들에게 정서적심리적으로 피해를 입혀 명예훼손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본인이 하는 행위가 위법인지 모르다 형사처분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개인이 보장받는 권리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위법의 유형도 다양화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꼭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법 지식을 갖춰야 하는 사회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하숙·자취방 계약, 핸드폰 계약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보안법 등 수많은 법률이 만들어낸 구조 안에서 이뤄진다. 사이트 가입을 위해 무심코 눌렀던 ‘동의’버튼엔 제 3자에게 본인의 정보를 넘겨도 좋다는 동의 조항이있다. 전문가들은 생활상의 법이 그저 ‘어렵고 막연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엇이 위법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지키기 위한 법은 상식으로 알아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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