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월), 학교당국은 그동안 졸업요건으로 강제해온 한자인증졸업요건(한자인증)을 폐지하고 이를 단과대 및 학과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각 단과대는 한자인증의 현행유지 여부를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한자인증을 폐지한 첫 주자는 법과대다. 지난달 18일(월), 법과대는 졸업기준을 완화하며, 한자인증을 제외했다. 법과대 학사지원부 이상조 주임은 “변화하는 법조계의 추세에 발맞춰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자인증의 사회적 필요성이 높지 않고 형식적이라는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6일(화), 정통대도 졸업요건에서 한자인증을 제외하겠다고 공고했다. 정통대 학사지원부 측은 정통대 교수회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과대와 정통대에 이어 △이과대 △정경대 △간호대 △생명대(식품자원경제학과 제외) △미디어학부도 한자인증 폐지를 진행 중이다. 이과대 화학과 측은 “자연계 특성상 한자보다 외국어에 비중을 두는 것이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되며,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올해 8월 졸업생부터 해당 사항을 적용한다. 다만 정경대는 2012년도 졸업생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반면 △문과대 △공과대 △사범대 △경영대 △의과대 △보과대 △자유전공학부 △식품자원경제학과는 한자인증졸업요건을 현행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과대 측은 “한자는 꼭 필요한 소양이고, 학과 특성상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한자를 잘 접할 수 없어 한자인증을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대 측도 “의무화하지 않으면 한자를 따로 학습할 기회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서연(경영대 경영09) 씨는 “한자인증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한자교육을 받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배경에는 학생사회에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교육권리찾기운동이 있다. 학생들은 한자인증이 도입된 2004년부터 ‘한자는 개인의 소양이지 졸업하기 위한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학교당국은 지난 3월 안암총학이 제출한 ‘2011교육투쟁 요구안’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달 4일 제시한 ‘학사운영 개선안’에서 한자인증을 단과대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영강 자율화 적극검토’등의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윤재민(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우리말을 이해하기 위해 한자는 필수적이다”며 “갈수록 영어를 강조하고 한자 문맹은 늘어나는 추세에서 한자 교육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자인증이 폐지되더라도 스스로 한자공부를 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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