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에 갈 생각이 없다

절대로 병역기피를 하겠단 말이 아니다. 당분간만이다. 올해 22살이 된 내가 한동안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군대는 언제 가냐?”란 물음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당분간은 군복무계획 없이 공부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새내기 때부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지에 대해 고민해오던 차에 드디어 법조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당분간 군복무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이런맥락에서 결정한 일이었다.

여러 친구와 선배들은 이런 계획을 세운 내게 군필자가 아닌 상태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좇다가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며 조언했다. 물론 그들은 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은 로스쿨 진학도 못하고 취업도 못한 채 졸업 후에 군대에‘끌려갈’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부 재학 중에 군대를 도피처로 삼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으로 학부 1학년이나 2학년을 마치고 군복무를 위해 휴학하는 이들이 군대로 도피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이야기다. 위험부담을 안고 가더라도 하는 공부가 조금 안된다고 군대로 ‘도피’하지 않고 계속 공부해 목표를 이루려 한다. 그뿐이다. 그러나 주변에선 꽤나 자주 ‘특별한’노력을 통해 군복무를 피하려 하냐고 조심스레 묻기도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난 괜스레 거짓말을 하다 들통 난 어린애처럼 얼굴이 붉어진 채, 격앙된 목소리로 절대 그런 것은 아니라 말한다. 그들이 나의 결정에 ‘숨은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젠 병역기피를 노리냐는 차가운 질문보단,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응원의 따뜻한 말을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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