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남·25세) 씨는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중고 거래 카페에 대학교 학생증을 구입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면학 분위기 조성이 잘 된 대학교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A씨는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5건의 판매 문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교 학생증이 불법적으로 대여와 양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계속 지적받은 문제지만 암암리에 이뤄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거래는 주로 각종 포털 사이트의 중고 거래 사이트나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이뤄진다. 학생증 구매나 대여를 원하는 사람이 ‘한 달 대여료 2만 5000원, 2개월 이상, 6개월에 15만원’이라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식이다. 거래가 적발되면 사법처리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인터넷을 통해 조건을 따져본 후에 직접 만나 거래한다. 최근 한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증을 구매한 김 모(남·27세) 씨는“연락 온 몇몇 사람들 중 신원 파악과 이용 가능한 학생증이라는 것이 확인된 사람과 연락해 거래했다”며 “과정이 까다롭고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양도 후엔 사용처 불분명

구매자나 판매자에 따라 거래 목적은 가지각색이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열람실 이용’이 구매 목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학생은 양도받은 학생증을 재판매해 이윤을 남기기도 한다. 서울 시내 모 대학교 이 모(여·22세)씨는 얼마 전 포털사이트 중고 거래 카페에 올라온 학생증 거래글을 보고 판매 문의를 했다가 포기했다. 그는 “구매를 원한 사람이 대여한 학생증으로 더 큰 이윤을 남겨 판매해 신고를 받았던 것을 알게 돼 거래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양도된 학생증은 과외에서 신분 위조용으로 이용된다. 학교를 속여 금액을 올려받는 것이다. 지난 방학, 재학 중인 대학을 속여 과외를 했다는 박 모(여·23세) 씨는 “처음엔 가짜 재학 증명서나 학생증을 만들려고 했으나 구매하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며 “학생증 사진이 대개 어릴 때 모습이라서 쉽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대상이지만 적발 힘들어

자신의 학생증을 대여, 양도하면 판매자는 대학의 교칙이나 규정에 따라 열람실 이용에 제한 받는다. 구매자가 타인의 학생증을 갖고 신분을 속이거나 도용하면 사법 처벌을 받게 된다. 만일 부정사용한 학생증이 국립대의 것이라면 형법 제 230조에 명시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사립대의 학생증이라면 형법 제 236조에 명시된 ‘사문서부정행사죄’에 따라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받는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 간의 거래까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적발 가능성은 낮다. 박 모(여·23세)씨는“때때로 사이트 관리자가 경고를 주고 글을 지우기도 하지만 잠깐뿐”이라며 “어차피 수면 아래에선 계속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열람실에서도 불법 사용돼

본교생들은 타 대학에 비해 많이 거래된다. 열람실에서 외부인이 불법으로 이용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해왔다. 적발은 주로 학생증이나 도서관 출입증의 복수 사용 시도에 의해 이뤄진다. 학생증을 판매한 학생이 재발급을 받으면 기존 학생증의 기능이 정지되는데, 이를 모르고 열람실에 들어가려다 걸리는 것이다.

본교 학생증 및 출입증의 대여 및 불법사용이 적발되면 ‘도서관 자료이용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출입금지 및 대출중지의 제재를 받는다. 학술정보열람부 김효원 과장은 “때때로 불시에 열람실 내 모든 학생의 학생증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불법사용자를 찾아내기도 한다”며“하지만 복수사용이나 제보가 아니면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학생증 및 출입증 대여나 양도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학생들이 거래를 시도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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