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골 상권’을 대표하던 밥집이 사라지고 카페와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본교 타이거 플라자에 스타벅스가 들어 왔을 때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시대는 달라졌다. 김선업 본교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를 만나 최근 안암상권의 변화 추이에 대해 물었다.

 최근 학교 주변에 카페가 급증하고 밥집이 줄어들고 있다

서민적 이미지가 강했던 안암 상권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많은 단골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기존 이미지만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사실 안암 상권에서는 사회 전반의 변화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라는 이미지는 그만큼 강했다.

 상권이 변화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식생활과 식습관, 기호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의 심화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혼자 식사를 하는 학생이 늘었지만 홀로 식당을 가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크다. 여럿이 어울리는 밥집보다는 혼자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나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는 편의점을 선호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상권과 공간의 재편성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경쟁업체가 많고 특화된 맛을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의 입맛을 따라 갈 수 없다.

 문제는 없나

공간 재편성이 너무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소수의 건물주와 땅주인이 변화를 주도하면서 영세업자가 몰락한다. 밥집을 그만둔 아주머니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소비수준격차도 심화된다. 업종이 바뀌면 상권의 평균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서로 소유하는 공간이 ‘분화’되면서 접촉기회가 줄어든다.

대학은 단순한 학업의 공간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구성원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곳이다. 하지만 공간이 분화되면서 그 역할이 점점 축소된다.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단순히 먹고 쉬는 휴식과 오락의 공간으로 말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학교당국에서 대학 주변도 캠퍼스의 일부라고 인식해야 한다. 주변 상권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최소한 학업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만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적 배타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 맛과 가격을 고려할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자신의 행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숙고해야 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