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16:09 (수)
짤려도, 임금 못 받아도... "뭐, 별 상관없어요"
짤려도, 임금 못 받아도... "뭐, 별 상관없어요"
  • 신근형 기자
  • 승인 2011.05.16 0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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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는 스쳐가는 것일 뿐' 이라는 인식이 대학생 근로환경 무너뜨려

“지난 겨울방학 때 한 택배업체 물류창고에서 일했어요. 힘든 일에 비해 시급이 적고 당초에 제시한 시간·식대 조건과는 달랐지만 방학 땐 워낙 알바자리를 구하기 힘드니깐 계속 일했어요. 잠깐 하는 건데 월급 받은 것 만해도 다행이죠 뭐”

2011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68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학생이 연 1777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지만 여전히 홀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용돈 정도는 혼자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중 37.8%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54.8%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구직 중’이라고 답했다. ‘생계형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6.8%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는 법의 보호에서 빗겨나 있다. 최저임금위반,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체불,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최저임금위반과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스쳐지나가는 것’ 정도로만 인식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생과 이를 악용하는 사용자가 맞물리면서 개선의 분위기는 없는 상태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
작년 겨울방학동안 행사 아르바이트를 한 손정인(21·여) 씨는 행사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고용자는 약속을 점점 미루며 돈을 주지 않았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임금체불관계가 성립돼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다. 하지만 손씨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틀을 일했는데 받을 돈이 적은금액이라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손 씨처럼 아르바이트 후에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소액이고 절차가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 조재현 팀장은 “근로자가 신고를 하면 대부분 구제받을 수 있지만 대학생들이 신고한 사례는 피해자 20명의 한 명꼴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를 하면 해당 업체를 ‘진정’할 지 ‘고소’할 지에 대한 사전상담을 받는다. ‘진정’은 밀린 임금을 달라는 요구이며, ‘고소’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요구다. 노무법인 ‘한울’ 이정식 대표는 “손 씨처럼 단기근무를 한 경우에도 제 3자의 증언만 있으면 정당한 임금을 받는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고용노동부나 노무사사무실을 찾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체불임금은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업주가 벌금을 내더라도 근로자는 받지 못했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이정식 노무사는 “업주가 20%의 벌금을 내더라도 체불임금이 변제되지는 않는다”며 “벌금을 내더라도 민사로는 체불임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신고된 금액만 포함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같은 소액 임금이 더해지면 더 큰 액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진섭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저임금과 근무시간을 꼼꼼히 따져보고 근로계약서를 서면 작성해야 한다”며 “사업체측에서 작성하지 않으려 해도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알바생 40%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취업포탈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던 아르바이트 종류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46.2%로 가장 많았다. 본교 주변 편의점 8곳의 평균 시급도 4275원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카페에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4200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유 모(20·여) 씨는 “처음에 주인아주머니가 최저임금에 맞춰서 주고 장사가 잘되면 더 준다고 말했다”며 “막상 월급을 받고나니 최저임금보다 적었지만 주인아주머니가 ‘여기처럼 일하기 쉬운 데가 어딨냐’고 말하시는데 뭐라 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개인 업체에서는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구두계약은 증인이 없으면 성립하기 힘들다. 이정식 노무사는 “구두계약을 하더라도 시급을 명확히 하고 증인을 세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법정기준 최저임금은 4320원이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범죄행위가 큰 경우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부족
대학생에게는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직업이 받는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이 계층 상승의 기대가 높다는 특징을 이유로 보고 있다. 현재의 아르바이트는 경험이지 자신의 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자연스럽게 차별과 착취를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대학생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와 대우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박지순(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 교수는 “법률상으로 대학생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여타 근로자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가 일반 직업과는 다르고, 잠깐 하다 마는 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근로자로서의 권리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부당한 대우를 인정하는 대학생들과 고용자 간의 ‘무언의 합의’가 악마적 공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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