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나는 가수다>가 처음 방영될 때 우려가 많았다.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가려서도 안 되는 뮤지션들에게 순위경쟁을 시킨다는 게 요지였다. 예술에까지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지나친 경쟁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지나친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카이스트 자살문제를 꼽는다.

그러나 경쟁이 없었다면 가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노래를 불렀을까? 프로그램 제작진은 시청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바이벌 성격을 부여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가수들이다. 카이스트와 달리 경쟁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적절한 경쟁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이스트도, <나는 가수다>도 경쟁 자체 보다는 그 방식이 문제였다. 경쟁이 비인간적으로 탈바꿈하는 순간, 비극을 낳는다.

왕, 혹은 신이라 불리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긴장을 하고 부들부들 떤다. 단 한 곡을 부르는데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부르는 게 TV를 통해 느껴질 정도. 가수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사람은 그 자체가 즐겁다. 언제 이런 가수들의 이토록 열정적인 라이브를 들을 수 있겠는가. 덕분에 내 귀는 요즘 호강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만 되면 ‘진짜 가수’가 부른 노래 때문에 전율한다.

최근 음악프로그램이라곤 KBS의 <스케치북>이 전부였던 TV에 음악프로그램이 재등장하고 있다.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수요예술무대>가 부활했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공교롭게도 최근 실력파 뮤지션들을 섭외해 가요제를 시작했다. 방송 3사가 앞다퉈 음악프로그램을 폐지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가수다>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나친 경쟁으로만 번지지 않는다면 나는 감동받을 준비가 됐다. 나는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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