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애플의 아이패드2가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잡스의 작품에 열광했고, 이를 판매하는 두 통신사는 전량 매진으로 ‘한정판이냐?’는 비아냥 속에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오늘 내가 아이패드 이야기를 꺼낸건, 스티브잡스의 아이패드 키노트를 보면서 내가 자신있게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아이패드가 지난해 출시당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iBooks라는 소프트웨어와 애플의 지원이었다. 아이패드의 iBooks 아이콘을 열면 정갈하게 책이 정리되어있는 책꽂이가 나타나고 보고 싶은 책을 터치하면 실제의 책을 여는 듯한 느낌으로 페이지가 펼쳐진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글자의 크기도 서체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즉각적으로 사전 또는 웹을 통해 어떤 말인지를 확인 할 수도 있다. 또한, 화면과 소리도 종이책을 넘기는 느낌도 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한번의 터치로 북샵에 연결해 베스트 셀러들을 확인하고 원하면 바로 그 책을 구매해 읽을 수 있기까지 하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오우썸하고 어메이징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나는 친구와 아이패드의 키노트를 보면서 "누가 저걸로 책을 보겠냐?"라고 자신있게 말했고, 내 예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확하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아이패드가 세상에 출시된지 1년이 넘었고, 지하철, 카페 어디에서든 아이패드 또는 갤럭시탭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지만, 그 분들은 모두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또는 웹서핑을 하기에 바빴지 그 훌륭한 기기들로 책을 보는 사람은 정말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얼마 전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책에서 카네기, 워런 버핏, 이병철, 정주영이 황금 손이 될 수 있었던 밑바탕과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에디슨이 사고뭉치에서 위대한 천재로 탈바꿈한 비결은 모두 인문고전 독서에 있다고 말하며, '인문고전 읽기'를 통해서 미래를 바꾸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뭐 독서가 좋은걸 누가 모르랴? 다만,고전 읽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마음속에 두려움을 크든 작든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큰 마음을 먹고 도전해보지만, 당최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책이 몇 페이지 넘어가기 시작하면 읽기 시작할 때 독파해 내겠다는 굳은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그 빈자리에는 자괴감이 어느샌가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어려워야만 하는 것일까? 단지, 뛰어난 인물이 평생 동안 일구어낸 지식을 책 한권에 담았으니 어려운 것일까? 아니다. 분명 아니다. 고전읽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우리가 제도화된 가공된 지식 습득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학교에서는 기초적인 지식들만을 그것도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가공하여 제공해 왔고, 그러한 지식 습득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단순지식 습득 수준의 독서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책 보다는 TV와 같은 영상물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러한 수준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일깨워야만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고전읽기를 하려니 녹록할 턱이 없다. 그러하기에 ‘고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내면의 지식을 일깨워낼 수 있는 사람’과 다른 말이 아니다.

오늘도 내 침대 옆 책장에는 대학 재학시절 몇 번을 읽다가 포기한 하이에크의‘치명적 자만’이라는 책이 꽂혀 있다. 당장 오늘부터 다시 한번 시작해 볼 것이다. 오늘 또 다시 자괴감만을 맛볼지언정 최선을 다해 보겠다. 오늘만 날인 것은 아니다.

<Still Not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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