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담이 언제 열렸을까? 작년 11월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오래되고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국민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는 국가적 이벤트라는 비난 받을 때에도 일반 국민에게는 엉덩이 하나 부비고 끼일 자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G20 정상회담은 대부분 텔레비전 화면이나 도로를 가로막은 두꺼운 창살 뒤에서 존재했다.

 이렇게 국민의 기억에서 잊혀질 G20을 아직도 생생하게 만들어준 것은 ‘쥐그림’ 사건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배후를 운운하며 수사에 나섰고,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신청하며 정식기소하고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13일 법원은 공용물건 손상으로 벌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그것도 방청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소동 속에서 내려진 판결이었다.
 국내외 예술인들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회적인 관용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사건을 처벌없이 마무리해주기를 탄원했다. 그리고, 그 탄원은 거절당했다. 공공기물인 대형 홍보물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이 적어도 경범죄에는 해당될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기세 흉흉한 절차를 거쳐야 할 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의 기억에 G20보다 ‘쥐그림’을 오래 남긴 것은 바로 사법기관과 이들을 암묵적으로 독려한 정부의 자세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웃어 넘길만한 여유와 관용도 없이 선진국의 진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끝까지 처벌하는 것이 한동안 정부의 화두였던 공정사회의 구현도 아니다.

 지난해에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G20 준비부서들이 행사를 끝나자마자 제대로 된 백서 한번 내지 못하고 청사 밖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핵안보정상회의에 정부의 홍보력과 기획력이 집중된다고 한다. 그러면, 핵안보정상회의는 G20서울정상회의보다 오래 기억하게 될까? 아마 여기서 ‘쥐그림’ 사건 같은 게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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