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知的) 허세가 판을 친다.

학부생의 치기, 대학가 술자리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허세는 우리 소속 계층이 방관하는 악순환의 고리다.

원인은 경제, 재계, 정계 상층부가 법과 원칙을 아는 척 하는 데 있다. 군부독재 뿌리 위에서 열매를 독점해온 대기업 회장의 탈세 사면과 비선출직 고위관료들의 땅 투기에 무딘 이곳은 명예보다 계급이 존중받는 사회다. 허세가 명예를 기만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 그들이 이런 구조를 만들고 우리를 투표소에서 멀어지게 했다. 정치가 싫다.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투표하지 않는다. 결국 대학생은 정치를 알기에 투표하지 않는 허세를 부린다.

리영희는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사상적·지적·이성적 의미의 잠을 말한다. 자고 있었다면 깨고 나서 ‘세상이 변해 있다’는 진실을 ‘인식’하게 된다. 내 생각에 우리가 그 진실을 인식하려면

현실적응 이데올로기에서 눈을 떠야한다.
새롭게 인식할 진실들을 만들어야한다.

오늘 우리는 정규적으로 착취당할 자유를 얻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한다. 잘리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공포가 착취를 정당화하는 시대의 잠을 자고 있다. 자본의 왕정체제에서 대학생의 명예혁명은 의회에 대한 감시와 투표다.

이 혁명은 작은 파도다. 그러나 꾸준한 투표 경향이 우리 시야 속에 들어설 때는, “그 하나하나가 해일과 같은 폭발력을 가진 파도인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발밑에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넓은 수평선 위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가 왔다”

현실이라는 잠에서 깨어나 전환시대의 논리를 펴자. 우리가 잃을 것은 우리의 방관이 옭아맨 위난의 사슬뿐이다. 만국의 대학생이여, 투표하라!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