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떴다. 우리나라 영화의 대표 캐릭터가 '영구'일까? '애마부인'일까?하는 기사였는데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갓파더]의 외국배우 입에서 쉴새 없이 "영구?" "오 이엉~~구~~"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으니 영구가 단연 돋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애마부인'의 파급효과를 조금만 살펴본다면, 그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를 우리는 인식해낼 수 있다.

1980년대의 에로영화의 전성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전성기의 단군 격의 시초가 바로 '애마부인'이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 부인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우리나라 80년대 정치에 적극적인 후원자였음은 물론이고, 각종 '부인'들을 양성해낸 인재양성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의 영화는 70년대를 아주 살뜰하게 이어받은 청년문화가 좀더 묵직하게 표현되는 시기였으며, 속편 영화도 많이 제작된 시기였다. 그리고 홍콩느와르(*느와르: 범죄와 폭력을 그린 영화, 불어로 '검다'의 뜻이다)의 화려한 군림의 시대였지만 이 모든 것을 물리치고 에로영화들이 흥행 상단을 차지한다. 그리고 또한 이때부터 에로영화는 하류영화로 치부되기 시작하기도 한다.

그 배경으로 영화 역사와 우리나라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용어인 "3S정책"인데 여기서 3S란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를 말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이 세가지에 관심을 갖게하여 정치에는 관심없는 우둔한 국민으로 만드는 정책을 말한다. 이 3S정책에 가장 부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야한 영화, 즉 에로영화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이끌어가는 '내용'보다는 영화를 구성하는 주인공의 '노출 구성'이 더 이슈가 된다. 그 노출 구성에 가장 적합한 80년대 영화가 바로 [애마부인]인 것이다. 정력 동물의 상징인 말과 성에 적당히 눈을 뜬 '부인'을 내세워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이 영화가 90년대까지 총 13편이 제작된 사실을 아는가? 애마시리즈가 이렇게 이어진다고 해도 내용이 이어진다기 보다는 미스코리아 왕관을 인계하듯이, 말을 인계(?)하는 식의 주인공의 변화가 이 시리즈를 완성해나간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애마부인은 3S정책의 충실한 역할을 해냄과 동시에 수많은 '부인'들을 양성하는 계기가 된다. '젖소', '만두', '연필' 등 먹이사슬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과 분식집과 문구류들에 이르기까지 '부인'들의 출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끔 '젖소'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에로영화 학자(?)들이 있지만, 신당동 떡볶이도 반드시 그 원조가 있듯이, '애마'가 원조임을 기억하자.)

이런 류의 영화들이 유행하면서 묵직한 인간사를 그려낸 강수연의 [씨받이]도 덩달아 동급으로 취급되기 했는데, 강수연은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게 되면서 80년대 우리나라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안성기라는 배우가 배창호 감독과 주목을 받으면서 청춘들의 고뇌와 성숙을 아주 적합하게 그려내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강수연이 주로 주연했던 불교 영화들의 활약도 돋보였던 시대이다. 이런 훌륭한 영화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국 영웅"이라는 초점에 맞춰져 있는 헐리우드 영화들보다 더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바로 정치의 개입이라는 부분이다. 영화 팬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이때의 정치적 개입이 주인공들의 베드신이 그들의 사랑의 표현하기 위한 영화적 요소가 아니라, 영화를 홍보하는 상업적인 요소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당당하게 야한 영화를 선택하지 못하고, 비디오가게에서 부인시리즈, 산딸기 시리즈, 뽕시리즈를 대여할 때면 짐짓 심부름을 하는 듯한(?^^) 고도의 연기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70년대와 80년대는 검열과 정책개입 속에서도 문화성에 대한 꿋꿋함을(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이어온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청춘의 고뇌, 10대들의 방황, 사회풍자의 코미디, 끝없는 에로영화의 시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자유로운 표현이 무한히 허락된 지금,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한쪽으로의 치우침을 우리 스스로가 덜 조심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본다.

▲ 1980년대 영화 포스터- 씨받이, 애마부인

원은정 영화 칼럼니스트

한국기업문화연구소 소장/수석강사, 청소년비전연구소 소장/수석교수, 케이엘넷 영화칼럼 연재 中 / 기업문화매거진 칼럼 연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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