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EBS에서 마이클 센델(Michael J. Sandel)교수의 <하버드특강 -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가 방영되었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된 샌델 교수의 강의는 지난 20년간 1만4000명에 이르는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수강한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 속에 앙코르 방송까지 진행되었고, DVD까지 출시되었다. 다소 딱딱한 주제를 가진 이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된 이유는 무엇일까?

 센델 교수는 강좌에서 일반인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철학적인 정의론(正義論) 대신, 생활 속에서 항상 궁금해하는“과연 그것이 과연 공정한가 혹은 부당한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절대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현 시대의 도덕적, 종교적 가치에 따라 사회적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정
의(Justice)를 정의(Definition)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센델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어째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강대국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인문학적 소양을 교양과목 수준으로 평가절하하지 않고 열성적으로 수강하는 학생들이 부러웠고,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논리를 펼처 나가는 석학의 모습을 보면서, 인문학에 대한 학생, 교수의 열정이 전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초강대국 미국의 엘리트들을 키워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래를 짊어질 엘리트들이 전공분야가 아닌 교양과정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같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오마바 대통령조차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으로 교육과 의료보험을 지적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부러워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똑같은 인문학 교육을 통해 선진국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 투철한 정치엘리트들, 그리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세상을 바꾸는 능력을 가진 천재를 키워내고 있는 반면, 우리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조차 쉽게 통과할 수 없는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엘리트들을 키워내고 있지 않은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득세한 이후 고품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어, 명문대에 다니더라도 취업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오래 다닐 수 있고 급여수준이 높은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바쁜 삶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은 사치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이와 좋은 직장을 놓고 경쟁하는 대학생 입장에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사색과 성찰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학점이나 TOEIC 점수와 같이 정해진 기준에 의한 평가를 통해 우수함을 증명한 팔방미인형(八方美人形) 인재를 양성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교육제도를 통해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을 가진 물건을 값싸게 만들고 비싸게 팔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수는 있다. 그렇지만 IT(Information Technology) 혁신을 이끌어 낸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인재가 대한민국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Crystal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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