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김병철 총장 시대를 아우를 비전(Vision)이 발표되었다. 학교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기다려온 학내외 구성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비전선포식의 절차를 생략하고 공개된 ‘발전전략2015’는 김병철 총장의 개교기념식사를 통해 내비쳐졌고, 28페이지의 책자로 정리되어 교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배부되었다. 물론 학교 홈페이지에도 과거의 ‘고려대학교 발전비전 2030’을 조용히 대체하였다. 발전전략의 내용은 제목이 ‘2030’에서 ‘2015’로 준 것이 상징하듯 현실적이면서도 차분하게 다가선다. 새로운 발전전략에서는 고려대학교의 비전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혜로운 글로벌 리더를육성하며 신지식을 창조’하겠다고 강조한다.

 발전전략에서 세부 내용은 전문성이 높아 시간을 갖고 논의하더라도, 목표로 제시된 부분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발전전략에서는 목표를 ‘사랑 받는 대학, 신뢰 받는 대학, 인정 받는 대학’을 제시한다. 보통 ‘비전’은 되고자하는 미래상을 의미하고, ‘목표’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지향점을 뜻한다. 그렇지만, ‘사랑, 신뢰, 인정’은 모두 외부가 우리를 바라보는 일방향을 기반으로 한다. 용어간에도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고, 성취의 방식 또한 피동적이다.

 단순한 어법상의 문제라도 해도, 전체 학교의 지향점을 의미하기에 혼선을 줄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는 외부 시선 뿐만 아니라 내부 관점, 즉 학내구성원이 긍지와 자부심을 재충전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의 관점을 아우르며 미래로 나아가는 능동적인 지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할 때 목표는 구성원들에게 더욱 분명히 인식될 것이다.

 새로운 총장체제마다 나오는 비전은 당대 임기기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 시기를 거쳐 미래로 나가기 때문이다. 금번에 발전전략이 나왔지만, 여기서 고정하지 말고 더욱 보완하고 채워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 구성원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고려대의 미래를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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