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니 여기저기 놓인 공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왼쪽 벽엔 아직 뜯지 않은 프라모델 상자가 그득하다. 곳곳에 쌓여있는 모형비행기 날개가 이곳이 ‘이카루스’ 동아리 방임을 알려준다.

지난 18일, 하늘로 비상하는 모형항공기를 제작하는 곳, 세종캠퍼스 진달래관 2층에 위치한 ‘이카루스’를 찾아갔다. 동아리원들은 다음 달 중순에 있을 전시회 준비로 자정이 넘도록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카루스 양해원(과기대 신소재화학 09) 회장은 웃는 얼굴로“작품을 완성하려면 적게는 2~3일, 많게는 몇 달 동안 열정을 쏟아 붓는다”며 “영혼이 실리지 않은 비행기는 날지 않는다고 우리는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카루스는 모형항공기 설계 도면을 직접 만든다. 당연히 항공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한다. 때문에 항공교육원에서 설계공부를 하고 항공특기자로 본교에 입학한 이승연(과기대 디스플레이반도체 03) 씨가 설계를 맡고 있다. 이 씨는 “무게중심, 장력 등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 힘들다”며 “비행 형태에 따라 비행기를 설계하는 방법이 달라져 까다롭다”고 말했다.

설계가 완료되면 ‘애니알씨(Anyrc)’라는 회사에 도면을 바탕으로 판 제작을 맡긴다. 이 판을 가공·조립하면 모형항공기 하나가 만들어진다. 양 회장이 가공 과정 중에서 비행기에 색깔을 입히는 ‘도색’ 과정을 보여준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너와 도료를 섞어 이를 에어브러시에 넣고 뿌리면 비행기에 색깔이 입혀진다. 양 회장이 시범적으로 에어브러시를 잡는 순간 시너가 바닥에 쏟아졌다. 강한 시너 냄새가 동아리 방에 진동했다. 코끝이 싸해졌다. 양 씨는“시너는 인화성이 강하므로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제작과정에서 주의할 게 많아 신입부원들은 일정기간의 교육을 거쳐야한다. 교육시간엔 모형항공기에 대한 전반적 지식, 제작 과정 중 발생가능한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배운다. 이후엔 설계가 단순한 항공기를 조립하며 배우기 시작한다. 유해성(인문사회 11)씨는 “혼자하면 힘들 텐데 조립, 도색, 도구사용법 등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취미를 갖게돼 좋다”고 말했다.

기자는 신입생 교육으로 준비한 모형항공기 조립에 도전했다. 조립된 상태의 비행기를 처음 봤을 땐 손쉽게 생각했지만 막상 맞추려니 무엇부터 손에 쥘지 막막해졌다. 한참을 헤매고 있자 양 회장이 옆에서 도와주었다. 판을 서로의 홈에 끼워 맞추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자 조금씩 비행기 형태가 나타났다. 여기에 배터리, 수신기, 모터 등을 달면 하늘 위를 비행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

‘이카루스’ 부원들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의 쾌감’을 모형 항공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 모았다. 이승연 씨는 “완성하면 만족감, 띄울 때는 희열, 바닥에 부딪혀 비행기가 깨졌을 때는 시원섭섭함이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무엇이든 제작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동아리 문을 두드리라고 했다. “모형항공기 제작을 같이 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쉽게 배울 수 있죠. 자신의 손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이렇게 만든 비행기를 하늘로 날리는 즐거움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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