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동현의 구속으로 시작된 상무축구단의 승부조작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미 2009년부터 상무경기의 패턴이 이상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심지어 상무는 작년에 사설 토토판에서 승부조작팀이라 불리어졌다.

이같이 상무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난 배경을 보면 상무선수들은 승패에 대한 큰 부담감이 없고 경기력이 떨어져도 퇴출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상무선수들은 프로팀에서 받던 억대연봉을 받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팀에서 뛰어야 한다. 군복무기간에는 경제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 상무를 승부조작의 표적으로 만들었고, 선수들로 하여금 돈을 건네고 승부조작을 유인할 좋은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합법적인 스포츠 복권과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사이트가 500여개에 이르고 오가는 돈이 연간 4조원에 이른다. 프로선수 3명중 1명은 별 다른 의식 없이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 베팅을 한다. 얼마든지 죄의식 없이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승부조작 사례는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06년 5월 유명구단들이 구단회장과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승부조작에 대한 대화내용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브라질에서도 축구협회가 2005년 코린티아스가 리그 우승을 차지하도록 심판을 매수하는 등 승부조작을 벌였다.

각종 스포츠 집단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우리는 흔히 스포츠의 집단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포츠사회학자는 스포츠 집단의 행위와 모습들을 그 사회의 거울(mirror)이라고 한다. 스포츠 집단의 행위들은 비단 해당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의 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금번 축구의 승부조작 사건은 사회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으로 몰고가는 여건과 환경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과 같은 문화와 질서, 정직과 정의가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국가발전, 문화수준, 질서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만 평가가 가능할까? 그것은 그 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스포츠 현장에 가보면 그 나라의 모든 수준을 대충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왜 영국, 미국, 일본 같은 나라가 선진문화를 향유하는가를 측정하려면 그들의 스포츠현장에 가보면 질서, 매너, 정리, 정돈이 잘 갖추어진 모습에서 체감하게 된다. 시작과 끝이 일사불란하며 선수, 관중, 심판 모두가 선진 국민답게 행동한다. 151년 역사의 영국 브리티시 골프 오픈 대회 같은 것을 보면 역사와 전통, 매너와 질서, 그것은 골프라는 경기를 통해서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포츠 집단에서의 행동이 제대로 질서를 잡아가면 그것이 곧 사회 전체의 질서로 전이되고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가 곧바로 진행된다면 스포츠 현장에서의 질서와 정의도 지켜지리라 본다.

금번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은 단순히 프로축구계의 문제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 각 도처와 다양한 분야에서 승부조작과 같은 유사한 형태의 불합리는 아직도 남아서 존재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적인 면에서 정화되고 질서가 잘 형성될 때만이 스포츠의 승부조작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역사적 발전 단계에 있다. 그렇기에 이 같은 문제 또한 거쳐야만 할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선 이러한 스포츠 승부조작 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그들을 유혹하는 검은 그림자의 배후자를 최대한 퇴출시켜야 한다.

1960년대 축구강국이었던 미얀마가 갑자기 쇠퇴한 것도 승부조작 때문이었다. 당시 미얀마에선 불법축구 도박이 성행하였다. 그러던 중 감독과 선수들이 연루되면서 축구인기는 급격히 하락했다. 우리도 잘못하면 축구가 불법축구 도박시장으로 인해 쇠퇴해질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다시 한번 우리의 반성과 회개가 필요할 때이다.

이천희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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