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516달러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1년 기준 등록금은 1998년 422만원에서 2010년에는 750만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대학생과 시민단체는 등록금 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질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등록금 문제에 다시 불을 지핀 건 5월 22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한마디였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있는데, 최소한 반값으로 했으면 한다”며 반값 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한나라당은 “평균 B학점 이상 학생들에게만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 뒤 두 달여 동안 ‘반값 등록금’의 필요성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이 오갔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반값 등록금’ 실현에 브레이크를 밟는 한계도 제기되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제도와 함께 그간의 논의들을 정리해봤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우려
- 상위 계층까지 혜택
지난 28일 국가재정운용계획 보건·복지 분야 작업반이 통계청의 ‘가계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대학생 자녀를 둔 소득 상위 50% 이상의 소득층은 가처분소득 중 등록금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일률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경우 추가로 부과한 세금으로 소득 상위 계층까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이만우(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값 등록금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오히려 생활이 어려운 취약 계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실 대학 지원금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4년제 대학이 67곳에 달한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대학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면 정부는 이런 대학에도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이 대학 운영 자금으로 쓰여 대학 부실을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국민 부담 증가, 대기업 부담 감소
대학생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등록금을 보조해주는 대기업은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 경제적 이익을 남기게 된다. 한 일간지는 국내 5개 대기업이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한해 약 1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제시된 등록금 부담 경감책
-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
현 정권은 지난해 대학생에게 재학 기간 동안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새로운 대출 제도를 제시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은 대학생이 취업 후 연이율 4.9%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든든 장학금’이라고 이름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 든든 장학금을 받으려면 일정 학점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올해부터는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신입생은 대출이 제한된다. 이만우(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뤄두는 것에 불과한 제도”라며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약 계층 학생이 취업 후 대출금을 상환할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기여입학제
김황식 국무총리는 6월 8일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기여입학제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본교를 포함한 몇몇 대학들에선 기여입학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기여입학제로 혜택을 받을 대학은 상위 일부 대학에 한정될 뿐 대학 학위를 돈으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 단계적 실시와 대학 구조조정 병행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원장은 대학의 구조조정 없는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실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고 기술전문학교, 직업전문학교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정부 지원금을 늘려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일 교육과학기술부 자문기구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부실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지 두 달여가 흘렀다. 이제는 ‘등록금’을 넘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자체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장하성(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건 값 흥정하듯이 등록금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학교육을 필요에 의한 개인의 선택으로 볼지, 인재를 키워 사회적 자산을 마련하는 국가제도로 볼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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