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대용 기자 widy@


   지난 9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2차 희망의 버스(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떠났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시위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조합원 6인에게 희망을 건네기 위한 버스다. 작년 12월 한진중공업에서 400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감행하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1월 6일, 크레인에 올랐다. 이번 2차 희망버스는 6월 11일 떠난1차 버스 때보다 참가자가 10배 규모인 7000여 명으로 참가자 범위도 다양해졌다. 대학생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박자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반값등록금촛불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에 보답하고 사회적 현안에 연대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밝혔다. 조우리 안암총학생회장을 포함한 본교생 10여 명도 2차 희망버스에 올랐다. 조우리 회장은 “대학생이 예비노동자인만큼 한진중공업 사태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참여의 일환으로 2차 희망버스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희망을 타고 부산으로

   이날 오후 1시,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희망을 담은 버스 185대가 출발했다. 버스에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이 오른 지 오늘로 185일째입니다”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7시간을 달려 부산역에 도착했다. 우의를 입어도 우산을 쓰지 않으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거셌지만,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역 앞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3.6km 떨어진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경찰의 도움으로 참가자들은 도로를 가로질렀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부근으로 모여든 시간은 11시 30분경이었다.


“물병을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전진하던 시위대가 한진중공업이 있는 크레인까지 300m를 남기고 멈췄다.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전경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불법 집회를 멈추고 해산해 주십시오. 집회를 계속할 시 공권력을 행사하겠습니다” 경찰이 경고방송을 했지만 시위는 계속됐다. 시위에 참가한 단체마다 각자의 깃발을 더욱높이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대련 소속 학생들도 전면에 나서 폴리스라인을 수차례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김지윤 문과대 학생회장이 최루액을 맞았다. 김지윤 회장은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살포한 경찰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루액을 살포하자 시민들은 가방에 있던 물병을 꺼내 앞으로 전달했다. 김지윤 회장이 물로 얼굴을 수차례 씻어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밤새 자리를 지킨 사람들

   최루액과 물대포 때문에 시위대는 폴리스 라인에서 조금씩 물러섰지만많은 사람들이 날이 밝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시위대는 결국 폴리스 라인을 넘지 못했다. 시위대는 3차 희망버스를 기약하며 10일 오후 마무리 집회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김(남·22세) 모 씨는 “막상 시위에 참가하니 힘은 들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vs 절망버스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겐 희망이었지만 부산 시민에게는 ‘절망버스’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진중공업에서 대치를 벌이고 난 다음날, 시위 현장은 망가진 우산, 찢어진 우의, 플래카드 등 쓰레기로 가득했다. 부산 시민 한혜경(여·25세) 씨는 “시위를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성숙한 시위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오는 30일(토), 2차 희망버스 때보다 더 큰 규모로 3차 희망버스가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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