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이 꺼진 소극장에 긴장감이 맴돈다. 햇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을 비추는 건 무대 위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조명뿐이다. 적막 속에서 진행되는 공연 무대에 연출자 박현지(문과대 심리07) 씨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대사 더 크게 해요! 그리고 좀 더 빨리 나오세요. 조명 조금 줄여주시겠어요? 지금 너무 강해요. 자, 다시 갈게요”

26일 학생회관 6층 소극장은 정기공연을 앞둔 연극 동아리 ‘극예술연구회’ 부원들의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었다. 극예술연구회는 1928년 발족한 동아리로 올해 정기공연 100회를 맞았다. 회장 김보연(문과대 국문09) 씨는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운영체계나 교육 과정이 잘 짜여있다”며 “선배들의 지원금, 공연 수입, 사업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극예술연구회’ 부원들은 연극 공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강조했다. 관객 대부분이 배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연출, 음향, 조명 등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성공적인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 음향을 담당하는 이승호(공과대 전전전03) 씨는 “음향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된다”며 “배우들의 호흡을 함께 느끼며 섬세하게 반응해야한다”고 말했다.

호흡의 중요성 때문에 ‘극예술연구회’는 평소 연기교육과 스텝교육을 함께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외부강사나 선배들에게 교육을 받는 것이다. 또한 ‘극예술연구회’는 체험을 통해 실력을 기르도록 정기공연 외에도 워크샵(외부인 대상 공연)과 시연(동아리 내 공연) 등의 공연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아리 자체적으로 무대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 역시 연극 공연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힘든 과정이 있더라도 오히려 이를 통해 부대끼며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진득한 ‘정’이 생기고 이는 공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공연 무대 조명 설치를 위해 쪼그려 앉아 한참동안 나무 판을 검게 칠하던 공혜지(경영대 경영07) 씨는 “내성적인 성격에 동아리 지원을 망설였지만 이곳에서 몸으로 배우고 부딪히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협동력을 기를 수 있었다”며 “또한 연기를 통해 타인을 더욱 이해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극예술연구회’ 동아리 부원들을 지켜보던 외부강사 이정후(남·39세) 씨는 “더운 날씨에도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순수한 학생들”이라며 “아마추어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런 열정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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