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도에 제작된 SF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촬영에 2개월 밖에 안 걸렸지만 205개나 되는 특수효과 때문에 꼬박 1년 반이 걸려 완성됐다고 한다. 기존의 고전적인 SF 영화들과는 달리 기술적인 면에서 혁신적인 영화였는데, 이 작품이후로 특수효과는 SF영화에서 필수조건이 됐다. 이렇게 영화의 기술적 발전에 뛰어난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테크놀로지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다. 능숙한 영화 테크닉의 구사, 충격적인 영상, 독창적인 음악의 사용, 거기에 인간과 현대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영화에 담은 큐브릭 감독의 미덕은 작가 정신과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큐브릭은 1928년 미국의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한 좀 독특한 감독이다. 다른 유럽 출신의 감독들이 활동 무대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과 달리, 큐브릭 감독은 감독의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를 떠난 것이다. 초창기에는 주로 사실성에 충실한 경향의 작품을 만들었으나, 1957년에 만든 <영광의 길>에서부터 독특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미래 영화 3부작은 큐브릭의 영화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들이다. 이 세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엮어 나갔고, 테크놀로지와 휴머니티의 부조화라는 유사한 주제를 매 작품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세편의 영화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1964년에 만들어졌다. 큐브릭 감독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핵전쟁이라는 소재를 코미디 장르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냉전 이데올로기와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큐브릭 감독이 최종적으로 비판하려는 표적은 인간이다. 이 영화에서 주연 배우 피터 샐러즈는 핵전쟁을 일으키는 장군, 무능력한 미국 대통령,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이렇게 1인 3역을 연기했다. 이렇게 한 사람에게  다양한 인물을 연기 시킨 까닭은 광기와 강박관념 같은 심리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광기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들을 통해 인간 특유의 부조리를 그리면서, 인간이 그 부조리 때문에 스스로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새로운 SF 영화의 출발점을 알린 영화이다. 영화는 대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영상과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큐브릭 감독 영화 테크닉의 뛰어남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은 유인원이 던져 하늘로 솟아오른 동물의 뼈가 최첨단 문명인 우주선으로 바뀌는 장면이다. 단 한번의 쇼트 연결로 수백만 년의 시간과 지상에서 우주라는 공간의 비약을 한 순간에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요한 스타라우스의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흘러나오면서 왈츠에 맞춰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우주선의 모습은 꿈꾸듯이 서정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과학 기술과 문명의 발전이 반드시 인류에게 행복한 미래를 갖다 주지는 않는다는 시각을 가진 이 영화를 큐브릭 감독은 서사적인 우주 스펙타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큐브릭은 폭력과 휴머니티의 본질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다. 주인공 알렉스는 영화 전반부에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의 가해자이지만, 인간 개조 이후에는 사회 조직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 큐브릭 감독은 전반부의 폭력도 잔인하지만, 정중함과 질서로 포장된 사회적인 방식의 인간 본성 말살은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이런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통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자연 상태를 말하는 오렌지는 주인공 알렉스를 지칭하는 말이며, 인간 내부에 있을 수 있는 폭력과 성에 대한 충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오렌지가 시계태엽처럼 정교하고 잘 통제된 사회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이다. 오렌지가 시계태엽이 되는 사회, 그 미래 사회가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음을 큐브릭 감독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편장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본교에서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강의하고 있으며, 영상기술학회 부회장,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와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편집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제작한 영화로는 <여름, 속삭임>, 논문으로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영화화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한국일보에 영화평론을 기고했고, <시네마 천국>과 <영화노트>의 방송대본과 진행을 역임하였다.

 

▲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영화 포스터
▲ <시계태엽 오렌지>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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