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으면 젖 먹기 힘든 세상 같습니다.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어도, 울어야만 무슨 일이 거론되고, 논쟁되고, 해결되는 세상의 순리는 변함이 없더군요. 이런 세상의 뚝심에 감탄을 하기보다는 치미는 울화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습니다.

대학은 또다시 한총련의 깃발을 곧추세우려 합니다. 그 때도 그랬습니다. 뭔가 원대한 이상을 현실의 그릇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현실을 제도의 굴레에 넣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사람이 나이를 더 먹으면 대범해져야 하는 데, 상황을 비교해 보면 점점 ‘쪼잔해’ 지는 듯 합니다. 통일을 얘기하던 그 때와 달리, 오늘은 대휴(대체 휴가)를 얘기합니다. 반통일이 민족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나 열변을 토하던 그때와 달리, 일요일 근무를 대체 휴가로 써서 모처럼 잘 놀아 볼 심산으로 피를 거꾸로 올려 얘기합니다. 이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렇게 나의 외피가 되고, 나의 사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습니다.

헤게모니를 가진 자의 전횡을 비난하던 모습은 헤게모니의 떡고물을 얻으려고 끊임없이 웃음을 흘리며 손바닥을 비비는 생활인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뭐, 비참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현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벌어 온 돈으로 가족의 오늘과 미래를 얘기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시민 단체에 내는 월회비도 빠짐없이 납부합니다. 주머니에 여력이 있으면 구걸하는 또 다른 ‘원만이 형’에게 기분 좋은 기부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퇴근하면서 삼겹살에 소주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비굴한 웃음의 때를 털어 내듯 넉넉한 함박 웃음으로 ‘건-배’를 외칩니다.

역사의 수레를 돌리는 거창함은 벗었지만, 생활의 수레는 그렇게 돌리고 있습니다. 뒷돈 안 받고 남의 것 훔치지 않고 횡령 안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원하기에 이렇게 한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좋습니다. ‘룸싸롱’가서 그 나이에 회춘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아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의 대다수 선배가 보통 사람입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소시민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들이 돌리는 생활의 수레바퀴는 사회를 돌리고 역사를 잇는 힘이 되더란 사실입니다.

세상의 맑게 하는 힘은 소소한 비판에서 시작합니다. ‘이쯤이야, 저건 관례인 걸’이란 마음 자세는 버려 봅시다. 물론 조국 통일을 얘기하는 것 필요합니다. 그런데, 통일을 얘기하는 입이 구취로 오염되었고, 불쑥 내치는 손 사례가 조악한 이권을 감춘 것이라면 더 이상의 발전과 진보는 가져올 수 없지 않을까요. 더없이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 작은 것도 애정 어리게 감싸는 따스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오늘 싸움이 아름답게 빛나길 바랍니다. 대학의 이상은 오늘의 사는 세속적인 선배들의 삶을 바로 이끄는 등대와 다름없기에…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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