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
[시론]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
  • 명호(환경운동연합 정책 기획실 부장)
  • 승인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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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과 三步一排


800리길. 짧은 소견으로 어림잡아도 도통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320여km.. 역시 속된 말로 감이 잡히지 않는다. 자동차로 3시간이면 충분히 가고도 남는 길, 전라북도 부안 해창 갯벌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를 이용하면 빠르면 2시간 30분, 길면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정말 가까운 이 길을 멀고도 멀게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걷는다는 표현이 죄스러울 만큼이나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고통스런 모습으로, 가장 작은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이 이라크 전쟁의 소란함에 정신 팔 때, 소리 없이 온 세상과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위한 삼보일배(탐·진·치-탐욕·분노·어리석음을 버리고, 인간의 자연파괴에 대한 참회발로)라는 낮선 화두를 부여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규현 신부, 수경스님,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 모두 전라북도에서 활동하시는 4대종단의 성직자들이시다. 이들은 65일에 걸쳐 310km의 거리를 자신의 온 생명을 걸고 삼보일배 기도수행을 하였다. 오직 하나,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도대체 새만금이 어떤 의미를 가지기에 이들을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로 내몰았을까?

새만금. 새만금 갯벌. 새만금 간척사업. 듣기에 생소한 단어 일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갑갑한 문제이다. 전라북도 부안, 김제, 군산에 걸쳐 펼쳐져 있는 광활한 갯벌. 세계 5대 갯벌이라 이름지어지는 한국의 갯벌 중에서도 마지막 하구 갯벌. 세계적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매년 봄과 가을이면 찾아드는 수십만 마리의 이동성 조류의 마지막 쉼터, 갯벌에 태를 묻고 살아가는 2만여명의 어민들의 삶의 터전. 강하구 어류 및 계절적 회유어류의 이동통로. 국내 유일한 백합 치패류의 발생지. 무엇으로도 이 지역의 생태적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이제는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1987년 노태우 정부의 선거성 공약으로 출발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정치적 선거 공약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및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그렇지만 정치적 논리에 의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강행 논리. 정치적 상황이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 그리고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이르는 동안 정치 구조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와 개발지상주의에 의해 새만금 간척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새만금 갯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의 논쟁을 사치스럽게 하고 있다.

33km에 달하는 전체 방조제 공사 구간 중 4.5km의 구간만 남아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긴박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미 농지 조성이라는 새만금 간척 사업의 초기 목적은 상실되었다. 오죽하면 대통령도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부정하겠는가?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수많은 논쟁과 논의의 절차와 내용에 대한 판단 유무를 뒤로 돌리더라도, 지금의 판단은 새만금 갯벌을 보전할 계기를 만들 것인가? 혹은 새만금 갯벌의 가치를 무시하고 방조제 공사를 완공할 것인가? 하는 지점이다.

농림부·농업기반공사에서는 이미 목적을 상실한 방조제 공사를 완공한 후 이후 대안을 모색하자는 논리를, 종교·환경 시민사회에서는 목적이 불분명한 방조제 공사를 중단 한 이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는 논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두 가지의 논리는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의 중요한 흐름을 대변하는 갈등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대변되는 지난 시대의 가치와 생명과 생태가치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의 대립이다. 전자의 경우 경제적 발전을 위해 자연을 파괴가 일부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경제적 부를 이용해 자연을 복구하면 된다는 이러한 발상은 고도의 냉소이며, 실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새만금 삼보일배는 이러한 자연파괴와 생명을 경시하는 지금의 세태에 대한 경종이자 큰 울림이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풍조와 구조, 그리고 자연생태계 파괴를 정당화 하는 국가 중심의 대규모 개발 전략을 끝내야 한다는 외침이다.

우리 주변의 뭇 생명의 생존과 존엄성을 대변하였던 새만금 삼보일배. ‘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는 수경스님의 말과 같이 이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여야 한다. 달리 돌아보면 생명과 평화는 하늘의 뜻이다. 그렇기에 새만금 갯벌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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