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사회공학(社會工學, Social Engineering)이란 전공이나 학문분야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아직도 국내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사회공학이란 학문분야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그 유형을 찾아보기 쉬운 전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공학이란 학문은, 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knowledge)과 공학(工學)의 실천적인 지식(知識)을 조합하여 새로운 학문의 세계와 지평을 연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를 눈에 보이도록 측정(計測)하고, 예측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설계(design)하고 평가하기 위한 학문으로, 사회문제해결에 응용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공학의 기본적인 사고이자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생소한 전공, 학문에 입학자격을 얻어 공부하겠다고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한지가 벌써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의 얘기입니다. 저는 일본 동경공업대학(Tokyo Institute of Technology)대학원 사회공학전공에서 박사학위과정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대학은 12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최고의 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공계분야에서 세계대학 탑10에 속하는 연구중심의 상아탑입니다.

일본의 유학 및 교육시스템은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유학을 나가는 미국대학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본 현지대학 지도교수와 인연을 맺는 것부터 좀 색다릅니다. 학생자신의 능력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학생을 추천하는 국내 교수님과 일본대학의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사람을 추천하고 평가하는데 있어 추천인의 신뢰성에 큰 비중을 둔다는 의미이겠지요. 저 또한 능력은 그다지 자신이 없었지만 저를 추천해주시는 지도교수님의 후광(!!)으로 전격 합격, 문부성 장학생까지 혜택을 받아 유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일본의 대학은 좀 특이한 교육시스템에 의해 인문사회과학이나 이공계분야 할 것 없이 대부분 연구실(Lab) 단위로 주요 학교생활이 이루어집니다. 지도교수님 하에 학부, 석사, 박사과정의 학생들이 같은 공간 내에서 생활하고, 연구실내 자체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매일 연구실에 나와 자신의 논문과 씨름을 하게 됩니다. 특히 지도교수, 동료학생들과 자신의 연구 설계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력의 향상에 강한면모를 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 상당히 공동체적인 생활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만 제가 겪은 연구실 일본 학생들은 워낙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처음 유학생으로써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은 한동안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하였답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였는지 저는 어떻게 해서든 3년만에 학위를 받고 끝내야 겠다는 일념으로 연구와 논문에 3년의 모든 시간을 메달렸습니다. 지도교수가 바쁘면 밤이나 주말에도 찾아가서 또는 불러내어서 귀찮게 하며 지도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끈질기게 괴롭히니 지도교수도 두손 들고 적극 응원해주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년이라는 유학시기는 짧고 험난하기도 하였지만 대학의 연구실은 우물 안 개구리 생활이였으므로 만약 유학생활만 마치고 귀국하였다면 일본을 바라보는 사고는 더욱 편향되고 협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마찬가지로 지도교수의 추천에 의해 일본최고의 Think Tank인 미쯔비시종합연구소(MRI)에서 4년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사회과학도였지만 공학을 접목한 사회공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노무라종합연구소(NRI)에서도 3년간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사회공학이라는 학문적 특성에 의해 용감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학도로서 가졌던 욕구불만을 사회공학이라는 학문을 더해 새로운 공부 맛을 느끼게 해주었고 특히, 오늘날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한 연구자로서 안목을 주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상봉 공공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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