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포스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1929년 이탈리아에서 출생해 1989년 사망 하였다. 서부극만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에서만 제작하는 영화 장르였다. 이런 독점을 깨고 이탈리아에서 서부극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런 영화를 마카로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특히,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한 웅큼의 달러 A Fistfulll of Dollars,1964년>, <좀더 많은 달러를 위하여, For A Few Dollars More,1965년>,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The Good, The Bad, & The Ugly,1966년>은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또한 이 작품들의 주인공을 맡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일약 스타 배우의 반열에 올랐으며, 영화 음악을 맡았던 앤리오 모리꼬네도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낭만적으로 영웅을 그리고 서부를 신비화하는 고전적인 할리우드 서부극의 모든 양식을 뒤집어 놓는다. 그가 그리는 서부 세계는 탐욕과 사기, 복수와 미움으로 가득 차 있고, 법이나 도덕은 실종된 사회이다. 그래서, 총을 쏘는 사람이나, 죽는 사람이나 철저히 현상금과 강도질이라는 돈 거래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사실 서부개척시대라 볼 수 있는 미국의 19세기 중, 후반기는 모든 게 불안정했고, 도덕과 법에 의해 치안이 유지되기 보다는 폭력이 앞섰던 시기였다. 그러나, 통속 소설에서 서부 개척 시대를 미화 하고 유명한 보안관들과 무법자들을 신화화시키기 시작했고, 서부극은 이런 영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외국인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이런 서부 신화의 조작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에서는 선악의 구별이라는 것이 모호해진다. <좋은 놈, 나쁜놈, 추한 놈>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세 명의 총잡이들을 각각 정지된 화면으로 잡으며 거기에 좋은 자는 누구고, 나쁜 자는 누구고, 바로 이자가 추한 자라는 것을 자막을 넣어 알려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세 명의 총잡이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름이 없는 무법자임을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 영화의 시대 배경인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숭고한 이상을 갖고서 전투를 한다기보다 끊임없이 자신을 소모시키는 무모한 인물들로 묘사하고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의 큰 매력이라면, 광활한 평원에서 펼쳐지는 결투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언제나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순식간에 일어나는데, 감독은 결투를 최대한 지연시키며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주는 긴장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광활한 대평원을 질주하는 남성들의 모습과 대결 구도에서 총을 뽑기 전의 숨 막히는 순간의 불가사의 한 매력에 빠진 우리나라의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통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게 일종의 경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8년>는 더욱 서사시적으로 웅장해지고, 미국의 건국 신화를 감상적이고 신비스럽게 만든 종래의 서부극을 다시금 비판한 영화이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남북 전쟁이 끝 난 후이며, 주인공이 형을 죽인 총잡이에게 복수하기 위한 과정이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그 사이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서부의 모습과 돈에 눈이 먼 총잡이들의 모습이 보여 진다. 이 영화 속에는 신비스러운 영웅의 모습은 없으며, 오히려 서부에서의 삶은 불쾌하고, 야만적이며, 물욕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살아남은 세상으로 느껴진다. 비록 미국화 된 유럽 영화이긴 하지만, 미국의 고전 서부극이 갖고 있는 전통 가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서부극 안에 유럽적인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것이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유럽적인 서부극은 오페라적인 연출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 촬영과 정교한 연출, 앤리오 모리꼬네의 인상적인 음악이 적절한 캐스팅과 어울려, 서부 영화의 거친 액션 속에서도 마치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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