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3년에 홍콩을 처음 방문했다고 알려진 외지인 호르헤 알바레스(Jorge Álvares). 그도 이곳의 일렁이는 물결에 이렇게 설렜을까? 홍콩섬과 주룽반도(九龍半島)를 가로지르는 마치 강과 같은 바다의 잔물결을 보면 홍콩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곳은 이름하여 ‘향기로운 항구’(香港, Hong Kong), 아시아 최대의 금융도시로 동서양이 교차되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곳이다.

문과대학에서는 이번 2011년 여름학기에 <국제인턴십>이라는 과목을 신설하여 국외의 기관에서 일을 경험하고 이를 전공 수업으로 이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존의 인턴십이 기업 중심으로 실무를 배우는 데 한정되었다면, 문과대학의 인턴십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해외 주재 영사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지역 신문사 등 공간과 기회를 다변화 하였다. ‘이윤 추구’ 외에도 공익, 연구, 해외 한민족의 민족성 유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세계 곳곳에 파견되어 학생들은 각자 전공의 인문학적 특성을 살릴 수 있었다. 내가 한 달 동안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한 곳은 주 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이었다. 정말 운 좋게도 한국인이 사용하던 아파트를 얻어 김치와 쌀밥을 먹으며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 영사관에서 우리가 배속된 곳은 우리학교 중어중문학과 선배가 영사로 근무하는 문화홍보관이었다.

첫 번째 업무는 홍콩에 있는 8개의 중국어 일간지와 4개의 영어 일간지에 있는 모든 한국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보도 비중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어 조금 실망했지만, 번체자 한자로 쓰여 있는 기사를 눈이 빠져라 뒤적이던 중 ‘한국(韓國)’이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는 엄청난 보석이라도 찾은 듯한 감정이 솟구쳤다. 두 번째 우리의 업무는 영어자료 번역이었다. 그리스로부터 시작한 경제위기가 이탈리아까지 왔다는 기사를 첫 주에 번역했는데, 곧 미국, 일본을 거쳐 인턴이 끝나갈 즈음에는 우리나라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세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더불어 관공서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거시적이고 너른 시야를 요구하는 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의 최종 업무는 <홍콩 한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이제껏 있어왔던 홍콩 내 한류에 대해 총망라를 하는 작업이었다.

담당 영사는 작업을 지시하고 중간 점검을 하실 때마다 학교 후배에 대한 크나큰 신뢰를 보이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영사가 우리의 업무 능력을 칭찬할 때뿐만이 아니라, 총영사께서 우리를 담당한 문화홍보관(영사)을 추켜세울 때도 학교이름이 자주 언급되었던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사람은 개인이기보다는 어떠한 집단의 일부로 읽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우리 세 명의 친구들이 홍콩에서 생활할 때에는 일할 때도, 잘 때도, 여행할 때도 혼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일을 함께 했고 칭찬도 꾸지람도 즐거움도 짜증도 팀플(?)로 진행되었다. 내가 가는 곳에는 내가 속해 있는 단체가 함께 따라다녔고, 내 어깨는 언제나 그 전체를 짊어져야 했다. 인간이 사는 어디서나 조직과 팀웍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학교에 있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학교 안에서 배운 것들 중 진리라고 믿었던 가치들은 어딜 가나 통용된다는 것도 확신하게 되었다. 한 달의 인턴 기간 중, 담당 영사께서 졸업 후 기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우리에게 홍콩의 주요 언론사인 <문회보(文匯報)>에 들어가 일주일간 인턴으로서 신문 만드는 과정을 견학하는 기회를 주셨다. 인사말 수준을 면치 못한 나의 중국어 때문에 두렵긴 했지만,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상황만은 피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의외로 현지에서 일하는 분들과 진심으로 친해지는 것이 가능하였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던 홍콩에서의 5주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많은 학우들이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우리의 젊음을 빌어 이제껏 가보지 않은 곳에 가보고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해보았으면 한다. 문과대학의 국제인턴십은 이번 겨울방학에도 계속될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이 이어주길 바라며, TO BE CONTINUED!

조나은(문과대 중문07)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