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원순닷컴

10월 7일, 박원순 씨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 최종등록을 했다. 왜 무소속인가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지만 ‘박원순이니까’라는 한마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의 소속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는 ‘시민과 함께’라는 원칙이 더 중요했다. 시장출마 선언부터 후보등록에 이르기까지 안철수 지지선언, 야권 단일화 등을 거쳐 온 박 후보는 인터뷰에서도 남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 출마에 대한 권유는 26세 이후부터 있었고 지난 4, 5년 전부터도 정치권의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 동시에 많은 분들이 ‘우리 사회가 잘못돼가는 것을 계속 방치해도 되는가’, ‘손에 물 묻히지 않고 혼자만 잘살면 그만이냐’고 지적하시는데 고통스러웠다. 그동안 정치보다 시민사회활동을 통해 사회 변화에 주력해왔는데 이명박 정권의 소통 부재와 독단 때문에 거버넌스가 차단되고 굉장히 정치 편향적이 되는 걸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초기 지지율은 낮은 편이었는데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야권 통합 후보로 선출된 비결은 무엇인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강한 열망이다. 그 열망이 ‘안철수 돌풍’을 만들었고 ‘박원순 바람’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도 조직도 없이 선거에 나섰는데 시민들께서 모든 것을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박원순 펀드’를 통해 단 이틀 만에 선거에 필요한 비용 39억 원을 마련했고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로 힘을 줬기 때문에 야권통합후보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확인한 과정이었다”

-안철수 원장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 원장의 조건 없는 양보가 없었다면 초기에 분위기를 타지 못할 수도 있었다. 특히 20대, 30대 지지율을 확보하는데 안 원장의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지지를 내 지지율로 만드는 게 과제다. 다행히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 시민의 편에서 변화를 이끈 모습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나도 안 원장처럼 ‘무릎팍 도사’에 나갔다면 지지율이 5%부터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웃음)”

-어떤 점에서 안철수 원장과 뜻을 같이 하고 있나
“안 원장과는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사이다. 서로의 생각과 뜻을 충분히 알고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기존 정치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양보의 모습을 만들어낸 배경이다. 둘 다 우리 사회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큰 양보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일종의 언약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에 깊이 새기고 선거를 치르겠다. ‘안철수 현상’에서 나타나듯이 국민은 지금 과거의 정치행태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지금과 다른 새로운 정치, 새로운 행정, 새로운 서울시를 고민하겠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정당정치의 근본을 흔들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당의 기반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존 정당이 만약 변화를 거부한다면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새로운 정치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와 정당이 연합해서 시민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야권의 목표다. ‘더 큰 민주당’ ‘더 큰 정당’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

-시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나 후보와의 경합에서도 통할까
“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로 민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오세훈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나 후보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프레임에 머물러있다면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나 오세훈 시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동의할 거라고 본다. 그 위에 내가 가진 대안적 시정이나 또 ‘소통의 적임자’로서의 모습을 시민들이 판단해주지 않을까”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인가
“첫째, 전시성 토건예산을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환경·교육 등 시민의 삶을 보듬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다. 둘째, 시의회·교육청과 협의해 친환경무상급식정책을 조기에 확정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셋째, 일자리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소외된 취약계층과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는 사회복지적 일자리와 창조적 벤처기업의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정책지원에 나서겠다. 그 일환으로 사회투자기금과 중간지원기관, 유통지원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다. 넷째, 한강운하는 폐기하고 자연형 한강을 복원하겠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이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는 안전한 녹색서울을 만들겠다. 다섯째, 재건축·재개발의 과속추진을 방지하고 이주시기의 조절과 새로운 임대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SH공사의 개혁을 통해 전세난을 최소화하겠다”

▲ 사진출처 | 원순닷컴

-‘이제까지의 서울시장의 일은 도시 외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도시 외관도 시민의 삶과 연결되는 것 아닌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오세훈 시정이 추진한 사업 중 가장 전시성 사업이다. 재검토는 너무나 당연하다. 심지어 여당 후보마저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강운하사업 같은 것들은 감사원으로부터도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을 받았고, 마곡지구의 이른바 워트프론트 사업은 서울시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시민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정책조정기구를 만들어서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행정가들과 전문가들, 주민들로 구성되는 사업조정회의를 열어서 모든 것을 따져보겠다”

-요즘 대학생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투표를 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관심이 적지 않다
“관심이 많은데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가 ‘환멸스러운 정치’를 키우는 주범이다. 지난 경선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변화에 대한 자발적 참여와 열망이 크다고 느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나 ‘대학생 응원 프로젝트’ 등으로 다가가겠다”

-현 대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최근에 ‘경청투어’를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과 젊은 층들도 많이 만난다. 등록금 부담과 주거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들었다. 1년 등록금 1000만 원, 이런저런 생활비를 포함하면 대학생 1인당 1년 30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의 심각성은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지역 대학생 숫자는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지역에서 상경한 학생이 최소 3분의1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안타깝게도 10% 정도에 불과하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다.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반값등록금은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방만한 시정을 검토해보면 불가능한 재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서울시의 재정은 정말 열악하다. 25조 50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예산에 관한 정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과 학자금적립통장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할 예정인가
“우선 기존의 ‘Youth Housing’ 사업을 ‘희망하우징’ 사업으로 변경해 2018년까지 약 2만5000개의 방을 추가로 확보하고, 시유지를 활용해 대학과 협력해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만들겠다. 이외에도 △다가구·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대학가 주변에 집중 공급하고 △대학가 주변 재개발, 재건축사업과 연계해 공급을 확대하며 △성북구의 ‘해피하우스’처럼 빈집(공가) 수리를 통해 주거지원사업을 전역으로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준비 중이다”

-지난번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청춘토크파티에서 20대 명예 부시장을 언급했는데, 추진 계획이 정말 있는 건가
“허언(虛言)은 있을 수 없다. ‘인기성 발언’이 아니라 ‘소통의 혁명’을 이루려고 한다. 청년 학생을 서울시 명예 부시장으로 임명하고 청년 의회, 이런 걸 만들어서 한 20명 정도의 대표를 뽑아서 청년들이 고민하는 것, 서울시정에 바라는 것을 듣겠다. 청년들이 직접 청년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채널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대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희망제작소에 있을 때 많은 대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희망제작소 한쪽 벽면에는 ‘우리시대 희망찾기’라는 글귀가 있었는데, 대학생들,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대학생들이 희망제작소를 찾으면 제가 종종 제 방에 있는 거울을 비쳐주면서 ‘여러분들이 희망입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여러분이 희망이다”

-유권자 및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그것을 전임 시장의 전시행정과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극복하고 시민들과 함께 ‘행복특별시’, ‘복지특별시’를 반드시 만들겠다. 서울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길 바란다. 특히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도 그동안 투표 참여율이 낮았던 대학생 여러분도 이번에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서울시의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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