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스타프 말러의 이름을 대면 대개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라며 낯설어하게 마련이다. 사실 말러의 교향곡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레퍼토리이다. 최근 들어서는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말러의 교향곡을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자주 연주하고 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이다. 이 시기는 바그너를 필두로 하여 음악적 진보를 추구하던 신낭만파와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던 신고전파가 대립하던 때였다.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기존 음악의 개혁을 시도하면서도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말러는 바그너와 브람스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음악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대담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소재 면에서는 종래의 음악처럼 낭만적인 것과 민요적 선율을 사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교향곡 1번 D장조>의 표제 “거인”은 한 젊은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장편 소설 <거인>에서 따온 것이다. 말러의 제자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이 곡을 ‘말러의 베르테르’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교향곡은 말러의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까지 인용했으니, ‘젊은이’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에 말러는 표제 “거인”이 곡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이를 삭제했다.

<교향곡 1번 D장조> 1악장은 조용하게 시작한다. 말러는 이 부분에 「자연의 소리처럼」이란 지시를 써 놓았다. 아침 동 틀 무렵을 떠올릴 수도 있고, 구체적이지 않은 시작의 느낌이나 고요함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뻐꾸기 울음을 상징하는 동기가 등장하는데, 이 뻐꾸기 울음 동기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조용하게 시작한 1악장은 곧 쾌활한 분위기로 바뀌고,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2악장은 역동적이고 익살스러운 4분의 3박 춤곡으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왈츠풍으로 변했다가 다시 처음의 춤곡으로 돌아와 힘차게 끝마친다. 말러는 <사냥꾼의 장례식>이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3악장을 만들었다. 이 그림은 숲의 동물들이 사냥꾼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3악장은 이에 영향을 받아 장송 행진곡 형식이지만 슬프다기보다는 비웃음을 머금고 있다. 4악장이 시작되면 모든 악기가 태풍처럼 절규한다. 1악장의 부분 부분이 단편적으로 제시되지만,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마치 그 동안의 긴장을 돌파하는 듯 힘차고 풍부한 화음으로 끝을 맺는다.

추천하는 음반은 리카르도 샤이와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말러 전집이다. 말러의 교향곡은 감정의 변동이 심하고 구성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각 부분이 절묘하게 짜여있어서 연주가 흐트러지기 쉽다. 리카르도 샤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퍼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곡의 정서를 충분히 표현해냈다. 녹음 역시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콘서트헤보우 홀에서 최신 기술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초심자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윤경언(미디어학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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