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남긴 열풍이 가을의 선선한 기운마저 텁텁하게 만들고 있다. 슬픔에 찬 장애아의 소리 없는 절규는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저항이 불가능한 아이들을 향한 폭력과 성폭행은 관객들을 소리내어 울게 만들었다. 그 이유를 찾을 새도 없이 말이다. 이기적이고, 죄책감도 없고, 심지어는 우월감에 가득 찬 악당들은 우리 사회의 상층부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스크린에서 그려낸 이들은 그들이 가진 힘으로 아무 죄책감도 없이 약한 자를 잔인하게 짓밟는 사이코패스였다.

현시대엔 정의와 불의가 없는 사이코패스들이 사회에서 ‘가진 자(The haves)’로서 잘 살아간다. 이것이 사회의 진리처럼 작용하고 있다. 산업심리학자 보드와 프리츠는 영국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이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교장 일당이 사이코패스라면 또 다른 부류의 사이코패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범죄행각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주변 사람들. 그들은 결국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범죄와 불의를 눈감아 주고, 오히려 피해자를 핍박하기까지 했다.

선의 방관이 악의 꽃을 피운다고 했던가. 탐욕 혼자서는 우리 시대를 없는 자와 가진 자로 가를 수 없다. 거기에는 방관이 그 힘을 더해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불의에 저항하는 아들을 만류하던 어머니는 그 범죄를 보고 아이들의 손에 빵과 우유를 건네주고 돌아선다. 피해학생을 위한 마지막 투쟁에 주저하던 주인공은 영정 사진을 들고, “이 아이는… 민수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합니다….”며 물대포에 맞선다. 그렇지만, 그 시위현장을 둘러싼 사람들은 그냥 방관자로 지켜만 보고 있다.

그 중에 우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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