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전 구성원과 더불어 고대신문 창간 6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역사적인 것, 비논리적인 것의 본질 파악’, ‘ 진리와 인격의 일원적 탐구 연마’를 기치로 하여 탄생한 고대신문은 6.25, 민주화와 산업화, 그리고 세계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뜻한 바를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고대신문의 편집방향과 기사는 그간 고대인의 약동하는 생명력, 불굴의 의지를 표방해 왔습니다.

그간의 훌륭한 전통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고대신문이, 융합의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진정한 융합이란 단순히 ‘나’의 외연만을 개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너’와 ‘우리’를 둘러싼 것들의 본질을 탐구하며 그것에서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찾아나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나와 다른 분야의 연구자나 학생들의 활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미지의 분야에 함께 도전하도록 연결해주며 인류사회에 공헌할 신지식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문. 연구자와 학생 모두가 학업에 임하면서 즐겨 찾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신문. 우리 대학사회는 그러한 대학 신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려대가 추구하는 자유, 정의, 진리는 현재 진행형으로 변함없이 이어져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앞선 가치들이 힘 있는 집단과 소수의 몇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오용될 수 있고, 때로는 그것에 미명이 덧씌워져 잘못을 덮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더없이 중요한 구성원이며 국가의 미래는 대학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고대신문이 대학 구성원으로 하여금 냉철한 시선으로 주위를 되돌아보게 하고 역사가 가치에 요구하는 바, 그리고 가치가 역사에 요구하는 바를 놓치지 않도록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되비추고 성찰하도록 인도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고대신문이 우리 고대인들에게 참된 용기를 북돋우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언제든 그것에 접근할 환경이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좀처럼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신념을 가지고 다가가도록 하는 응원과 격려가 모자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로운 희망을 얻는 이야기, 경험을 토대로 한 삶의 지혜들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온전히 오늘을 살며 가슴 벅찬 내일을 꿈꾸게 하는 우리 신문을, 많은 고대인들이 무척 반가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대신문의 찬란한 역사는 우리나라 대학 신문의 큰 자랑입니다. 긴 시간 치열한 고민과 어려운 결단으로 성장해 온 오늘의 고대신문이 있기까지 올곧은 자세로 열과 성을 다하여 오신 역대 주간 교수님들과 학생기자들, 그리고 반세기가 훌쩍 넘도록 큰 사랑을 보내주신 교우 및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축하와 관심 속에 더욱 발전하는 고대신문이 되기를 기원하며, 64년 전 고대신문 창간사의 마지막 문장을 반추하는 것으로 기념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대체 글이란 그 사람의 회포(懷抱)한 뜻의 정수(精髓)요 혼(魂)의 모습이요 의식의 반영이니 좋은 스승과 벗들이 이 신문을 통하여 서로 엉키고 뭉치어 찬란한 업적을 이 민족과 이 대학의 전통 위에 더함이 있기를 기하는 바이다.(1947년 11월 3일 제1호 고대신문 창간사 중에서)”

김병철 고려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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