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해야 하는데, 이 험한 세상에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위로가 될지 고민이네요. 저는 1985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노릇을 할 때였죠. 험한 시절이었습니다. 한주에도 두세 번씩 교내시위가 있었죠. 교문을 사이에 두고 돌과 화염병, 최루탄이 오갔죠. 그때 대학생들, 특히 이른바 명문대생들의 고민거리는 학점이나 취직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확장 국면이고 대학생도 많지 않았던 때라, 취직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치열하게 학점과 스펙쌓기 경쟁을 벌여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운동권이든 아니든 너나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 참 많이 죽었습니다. 누군 도서관에서 뛰어내리고, 누군 배를 가르고, 누군 물에 뛰어들고, 또 누군 몸에 불을 질렀더랍니다. 

세기가 바뀌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무역강국이 된 2011년, 한국의 대학생들은 여전히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엄청난 등록금과 살인적 취업난은 젊음을 멍들게 합니다. 백수, 백조, 알바, 불완전노동, 비정규직, ‘3포 세대’ ‘88만원 세대’ 따위는 이즈음 20대 초중반 청춘의 불쾌한 별명일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에 반독재 민주화를 위해 제 몸을 불사른 ‘이재오·김세진’들이 있었다면, 2011년 대한민국엔 등록금 대출금을 갚으려고 알바를 뛰다 질식사한 ‘황승원’들’이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대를 격한 그 죽음들에 높낮이를 매기려드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시리게 눈부시고, 어떤 죽음도 아프지 않은 게 없을테니까요.

험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오늘 이 순간 행복하려 애쓰시길 바랍니다. 좋은 직장 잡으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니, 도서관에서 코박고 취직 준비나 하자, 이렇게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타인을 압도하고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나 금력보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배려심을 키우려 애쓰시길 바랍니다. 내가 행복하고 편안하려면 타인이 불행해져야 하는 삶을 피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여 고대신문의 창간 64돌을 축하합니다. 고대생들의 지혜롭고 든든한 벗으로서 고대신문의 자기 갱신과 발전을 기대합니다. 세대차는 있겠지만,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 연대’로서의 사회를 일궈나가는 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처럼 강건하고 아름다운 청춘을! Carpe Diem!

이제훈 <한겨레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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