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는 대학의 사건과 소식을 빠르고 객관적으로 전달하면서 대학구성원의 소통의 장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다. 학생이 직접 만들지만 학교의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최종 권한을 두고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독자 감소와 학생들의 기자지원도 점차 줄고 있는 형편이다. 2011년 대학언론의 현실을 고대신문이 짚어봤다.
- 편집자 주

▲ 신문 발행이 중단된 뒤 건대신문 기자들이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편집권 논란중인 대학학보들
현재 건국대는 편집권 마찰로 정상적으로 학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건국대 서울캠퍼스 학보 ‘건대신문’은 10월 11일 1260호 신문이 발행 중단됐다. 발간예정이었던 1260호 제작과정에서 학생기자들과 정동우 주간교수의 입장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학생기자들은 학생총회 무산 기사를 1면에 배치하려 했으나 정 주간교수는 ‘지난 호에도 학생총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실었고, 학생총회가 무산돼 내용이 별로 없고 2면에 학생총회 무산 분석기사가 있으니 1면에 배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동찬 건대신문 편집국장은 ‘학생총회 무산 기사가 탑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고 양 측은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채 신문 발행이 중단됐다.

건대신문의 학생기자와 주간교수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51호(3월 28일자)를 제작할 때도 1면 기사배치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해 신문 발행이 중단됐고 추후 합의를 거쳐 4월 1일에 나온 적도 있다.

성균관대 학보 ‘성대신문’도 1504호(5월 9일자)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다. 성대신문은 신문 제작 후 주간교수를 거쳐 총장이 최종 승인을 해야 신문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1504호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김희연 성대신문 기자는 “당시 대자보와 학내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학보 발행 중지에 대한 신문사 기자들의 입장을 표명하려 했지만 신문발행 중지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민대 학보 ‘국민대신문’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주간교수와 편집장이 검토 후 교정을 거치면 인쇄 작업 후 발행일 아침 총장의 배포허가를 받은 뒤 신문을 배포를 하고 있다. 원광대 학보 ‘원대신문’의 신수영 편집장은 “발행인이 총장이기 때문에 학교 관련된 문제를 기사화 할 때는 조심스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도와 자율의 불명확한 경계선
각 대학 학보에는 내부 규정이 존재한다. 규정대로라면 많은 학보의 편집권은 전적으로 편집인에게 있다. 이에 대해 실제로 신문을 제작하는 건 학생인데 불합리하다는 게 여러 대학 학생기자들의 생각이다. 건대신문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도 발생했다. 기자 임면권을 가진 편집인 정동우 주간교수가 이동찬 건대신문 편집국장을 해임시킨 것이다. 이 사건은 편집권 마찰로 신문발행이 중단된 주에 발생했다. 최근 건국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건대신문 기자가 SNS에 속보로 보도하다가 오보를 냈던 게 발단이 됐다. 정 주간교수는 오보 사건 후 ‘KU미디어 규정’ 12조 1항 ‘본사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거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인정될 경우 해임한다’를 근거로 이동찬 건대신문 편집국장을 해임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은 제작거부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짙다고 말하지만 지속적으로 주의하라고 한 지도내용을 정면으로 어긴데 대한 징계의 의미도 포함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건대신문 학생기자들은 오보에 대한 내용을 당사자에게 용서를 받았음에도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기자를 해임한 점을 들어 정 주간교수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건대신문 기자들은 △정 주간교수의 퇴임 △KU미디어 규정 수정 요구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여 학생 900여명에게 서명을 받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호외로 신문을 발행할 예정이다.

인원 부족현상도 심각해
편집권과 권한 배분에 대한 노골적인 갈등이 없더라도 신문 제작 인원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경희대 학보 ‘대학주보’는 학생기자 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주연 대학주보 편집장은 “현재 활동 중 인 기자가 10명에 불과하다”라며 “기자들이 열심히 하고 조교들의 도움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대 학보 ‘동양대신문’ 조성윤 편집국장은 “인원이 6명이지만 학교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매년 지원하는 기자 수가 줄어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독자 유도 위한 노력 이어져
학보를 읽는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중앙대 학보 ‘중대신문’은 읽고 싶은 신문이 되기 위한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방호준 편집장은 “보도면을 제외한 지면은 잡지처럼 흥미유발을 위한 기사들을 배치하려는 노력하고 있다”며 “판형을 베를리너로 바꾸면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독자들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특히 중대신문의 ‘청춘’면의 기사들은 출판사로부터 출판제의를 받기도 했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는 보다 발굴을 통한 특집 기사에 치중한다. 또 △정기전 문자중계 △SNS와 어플리케이션 △학내 커뮤니티 활용과 같이 웹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전개 중이다. 이민주 연세춘추 취재부장은 “학내 강연 같은 내용 없는 기사들을 배제하고 나니 독자들의 관심이 늘었다”라며 “자극적인 기사들에 대한 ‘옐로우 저널리즘’의 행태만은 지양하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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