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들어 더욱 자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나노”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은나노를 이용한 세탁기도 있고, 침대에도, mp3 플레이어나 랩탑컴퓨터 등 수 많은 신제품에 나노라는 이름을 붙여서 획기적인 상품인양 말하는 것이 유행인 것처럼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나노(기술)이란 정확히 뭘 뜻하는 걸까요? 그것은 대략 100 나노미터 이하의 크기를 가진 물질을 다루는 학문 또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100 나노미터는 얼마나 작은 크기일까요? 여러분의 머리카락 한 올을잘라서 그 단면을 보면 원이겠죠? 그걸 대략 1000 등분하면 그 중의 한 개의 크기가 대략 100 나노미터가 된답니다-물론 개인차가 있어요-. 원자 한 개의 크기가 대략 0.1 나노미터이고, 중간크기의 분자들이 수 나노미터인 것을 생각하면 나노기술은 기존과는 다르게 분자들을 직접 제어하고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문이 무지 길어진 것 같지만, 저는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 나노기술을 배우기 위해 2003년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라는 아주 유명한 도시 바로 옆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라는 곳에서 저의 소중한 유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원래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터라서 처음부터 나노기술을 배우려고 간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첫해에는 나노기술이 뭔지도 자세히 몰랐고, 언어능력이 상당히 딸리던 저로서는 교수님들의 강의내용 알아듣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답니다. 그러다가Bioengineering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었고, 이 분야가 생물, 화학, 물리와 같은 자연과학에서부터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응용과학까지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며, 주로 생명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데, 마침 이 분야를 열정적으로 이끌고 계신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 진입하고 나서 처음에 시작했던 일은 50 나노미터 크기의 구형 금나노입자의 표면에 목표로 했던 표적물질(단백질 분자)이 다가오면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이 고유하게 변하면서 어떤 표적물질이 왔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어렵죠? *^^*, 쉽게 다시 말하자면 이정도 크기의 구형 금나노입자에 형광등을 비춰주면 원래는 녹색빛을 띄거든요, 근데 여기에 어떤 물질이 붙으면 그 색깔 또는 그것과 관련된 성질이 변해요. 근데 그게 물질마다 다르게 변하니까 저는 형광등으로 금나노입자만 비춰주고 있으면 어떤 물질이 그 근처에 있는지 알 수 있죠. 그래서 금나노입자가 빛을 이용해서 주변의 물질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주는 현상이 마치 인공위성이 카메라와 같은 여러 감지기를 이용해서 주변에 대한 정보를 지상에 있는 기지국에 보내주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름도 “나노인공위성”이라고 지었답니다. 그런데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 분야가 여러 가지 학문의 융합학문이어서 위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있었답니다. 예를 들면, 왜 금나노입자의색깔 또는 그와 관련된 성질이 변하는지를 알려면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했고요, 표면에 원하는 물질을 붙이려면 화학에 대한 지식, 또한 표적물질로 쓰인 단백질(Cytochrome-c)은 세포내의 중요한 물질 중에 하나였는데 그 생물학적 의미 및 기능에 대하여도 배워야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깐 한 분야의 사람들 만으로는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니깐‘남들은 나와 다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라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사실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제가 유학생활에서 배운 것들 중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 후에 나노인공위성을 실제 간암세포에 넣어서 주어진 환경이 변하면 목적했던 단백질이 다르게 분포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밝혀내기도 했고요, 또 100 나노미터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노선(nanowire)를 만들고 그 끝에 원하는 분자들을 붙혀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단일세포에만 주입하는 “나노수술”-왠지 제가 작명소에서 일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드는 건 ^^;-에 대해서도 연구하다가 운이 좋게 고려대학교로 와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었답니다. 요즈음에 가끔 그때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며 같이 연구했던 친구들 생각을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흐뭇한 생각이 드는데요, 여러분도 기회가 닿으신다면 보다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시는 기회를 갖는 것도 참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연호 보과대 생체의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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