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상대 후보의 단점을 부각 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한나라당의 행동과 전략이 정말 ‘네거티브’인지, 아니면 단순히 ‘후보 검증의 절차’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나 나올법한 네거티브가 스포츠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는 그라운드 안의 ‘네거티브’는 씁쓸하기만 하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통해 이뤄지는 네거티브는 선수들을 향한 감독들의 인격 모독적인 언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교 스포츠에서는 그 정도가 심한데, ‘멍청한 새X야,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와 같은 수준의 비방은 물론이고 입에 담기 힘든 육두문자까지 간간히 들을 수 있다.

심판을 향한 선수, 감독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감독들은 벤치에서 소리치며 심판의 수준을 의심하고, 선수들은 과도한 항의와 조롱 섞인 비아냥거리며 그들을 폄하한다.

과도한 네거티브는 관중들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 10월 7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폴란드와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는 경기 내내 폴란드 선수들을 향한 관중의 야유가 끊이지 않아 많은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러한 그라운드 속의 네거티브는 보는 관점에 따라 ‘후보 검증의 절차’로 둔갑하기도 한다. 선수들을 향한 인격 모독적인 비방의 경우, 감독의 입장에서는 ‘지적을 통해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나아가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행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판에 대한 항의도 ‘오심에 대해 항의함으로써 추후 정확한 판정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관중들의 야유도 ‘자국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표현의 한 방법’이라며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스포츠 정신을 갖추지 못한 채로 경기에 임하는 관련 종사자들의 변명에 불과하다. 스포츠의 미덕은 치열한 경쟁 끝에 얻는 승리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그 과정 속에 녹아있는 팀워크, 페어플레이 정신, 신사적 행위 등을 통해 진정으로 발현된다. 이러한 미덕은 결코 저급한 언어와 과도한 반항적 행동으로 표현돼서는 안 된다. 스포츠의 미덕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미덕이 바탕이 되어 있다면, 선수와 심판들을 향한 인격 모독적인 언행, 타국 대표팀에 대한 지나친 야유와 같은 행동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비난은 네거티브를 벗어날 수 없다. 올바른 목적과 합리적 절차가 갖춰져야만 ‘후보 검증의 절차’가 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선수, 감독, 심판을 대한다면 우리는 그라운드 속의 네거티브를 벗어나 한층 더 성숙한 스포츠 경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SPORTS KU 노재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