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투리 억양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서 CEO다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전국 프랜차이즈 ‘꼬지와 친구들’ 대표 장정윤(동주대 관광경영학과 96학번) 씨는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닭꼬치 노점상으로 창업에 첫 발을 디뎠다. 어린 나이 때문에 사업을 하는 동안 숱한 시련을 겪었지만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고, 덕분에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마음먹은 것을 곧바로 실행하는 적극적인 성격일 것 같지만, 학창시절엔 조용하고 우유부단했다. 이런 성격을 어머니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유 배달을 시작할 때도 고민하던 나를 곧바로 우유 가맹점으로 데려가셨다. 닭꼬치 노점상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점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말했더니 위치는 어디로 할 건지, 무엇을 팔 건지, 닭꼬치의 맛은 어떻게 낼 건지 딱 3가지를 물어보시곤 바로 리어카를 빌려오셨다”

-우유배달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어머니가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만 도와줄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그래서 당연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하던 했다. 수능이 끝났어도 오후까지는 학교에 있어야했기에 새벽시간에 할 수 있는 우유배달을 택했다”

-우유배달은 힘들지 않았나
“우유배달을 시작할 때 결심한 게 2가지였다. ‘보증금 70만원을 내고 이어받은 100가구 중 한 가구도 우유를 끊지 못하게 하자’와 ‘수익을 높이자’였다. 전문가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얘기였다. 배달원이 바뀌는 시기에 배달을 끊는 고객이 많고, 추운 겨울에 우유 소비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집집마다 ‘안녕하세요. 부산여고에 다니는 장정윤이라고 합니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우유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연락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 붙였다. 덕분에 배달을 끊은 가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고안했다. 흰 우유 두 개가 한꺼번엔 들어가는 주말에 실수를 가장해 흰 우유 하나 대신 다른 음료를 넣었다. 지겨운 흰 우유를 안 먹어도 되니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고 수입도 올랐다”

-우유배달 이후 닭꼬치 노점을 열었는데 손님을 끌어들인 비결은
“역시 맛이다. 처음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스를 사용했다. 손님들과 친해지고 단골손님이 어느 정도 생기자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손님들이 맛이 부족하다며 하나둘씩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어떤 주인은 손님이 맛이 없다고 하면 돌연 화를 내지만 노점 시작 전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닭꼬치의 맛이 썩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손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최고의 닭꼬치 소스가 만들어졌고 나중엔 하루에 닭꼬치를 700개 정도 씩 팔 수 있었다”

-20살의 여대생이 노점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막상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노점장사가 쉽지 않았다. 궂은 날씨를 견뎌야 했고 단속반이 나타나면 리어카를 밀며 도망쳐야했다. 장사가 잘되자 위기를 느낀 주변 상점에서 시기를 하거나 신고를 하기도 했다. 단속반이 와서 수많은 노점 중에서 나만 철수 시킬 때는 억울한 적도 있다. 장사를 하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 창피했다. 온갖 핑계로 오늘 하루만 쉴까 하는 날도 많았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네가 하고 싶다고 시작한 일이잖니’라며 등을 떠밀었고 그게 날 붙잡아줬다.

-닭꼬치 노점상이 어떻게 매장으로 발전했나
“노점이 잘되자 맞은편에 닭요리와 닭꼬치를 파는 매장이 생겼다. 내 손님을 다 빼앗기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에 사채 빚을 내 4평짜리 가게를 얻었다. 내가 파는 닭꼬치가 더 맛있었는지 손님들도 내 가게를 더 많이 찾았고, 맞은 편 가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을 때 큰 실패를 했다고 들었다
“매장을 얻고 장사가 더 잘되자 투자자들이 찾아와 동업을 제안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물류 공급을 위한 공장을 얻고 고가의 기계들도 구입했다. 하지만 동업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서로 갈등이 생겼고 하나둘씩 사업에서 물러났다. 결국 사업 실패를 겪어야했다. 23살의 나이에 억대의 빚을 졌다. 당시 이미 3~4개의 가맹점이 있는 상황이었다. 가맹점들을 져버릴 수 없어 혼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이어나갔다.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하자 가맹점이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 70여개 매장을 냈고 해외 5개국에도 진출했다”

-프랜차이즈 대표로서, 창업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해줄 조언은
“요즘 대학생은 처음부터 화려하게 창업하는 것을 꿈꾸는 것 같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 대학생에게 부적합하다. 창업을 할 거라면 일단 작은 노점 사업으로 시작해 6개월을 버텨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생들은 창업을 성공하기엔 끈기와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작은 자본이라면 실패해도 큰 부담이 없고 자신을 시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1년이라도 취직해서 일 해보는 것도 좋다. 나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해 구축해 놓은 체계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취업을 통한 경험이 창업을 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선택해야하나
“창업아이템 선정에 있어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아이템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느냐가 사업의 승패를 만든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점주들을 만나게 된다. 점주에 따라 가맹점이 잘 되기도 하고, 금방 문을 닫기도 한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결과는 다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적당한 시기가 되면 지금 구상 중인 아이템으로 새로운 사업도 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계기로 명상을 접했고, 명상으로 사람의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3일 정도 시간을 내 명상 지도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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