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대학교에 특기자로 입학할 때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손쉽게 대학에 들어갔다는 이유도 있지만, 손쉽게 ‘학사’ 학위를 따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주어지는 학사 학위는 학교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냥 거저 받는 것이 아니다. 수업 참여는 물론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고 시험을 치러야만 해당 수업의 학점을 이수하게 되고, 이러한 이수 학점이 쌓여서 졸업 요건을 채워 학위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피겨퀸 김연아는 좀처럼 학교에서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김연아가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엔 어김없이 “야, 김연아 왔대!”라는 말이 들려온다. 학생이 학교에 나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사실은 당연한 일임에도 마치 인기스타가 이벤트 하러 학교에 온 것처럼 대단한 일이 벌어진 양 반응하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다. 특기자이기 때문에 특기 활동으로 인하여 수업에 빠지게 되는 경우는 물론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운동 특기생들도 대회 기간에는 수업에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그러한 특기 활동이 없는 때라면 여느 학생과 똑같이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고 과제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 아닐까?

체육교육과 07학번에 김자인이라는 학생선수가 있다. 그녀 역시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분야(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세계를 제패하며 ‘클라이밍 여제’라 불리는 선수다. 그런데 김자인은 김연아와 달리 학교 수업에 매우 충실하다는 평이다. 국제대회가 끝나고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곧바로 학교로 와 수업을 듣기도 한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차이도 있겠지만 김연아도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더 성실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아가 2년 선배 김자인에게서 ‘학생’의 모습을 배웠으면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김연아 본인보다는 학교와 매니지먼트사의 문제도 클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간에 현재 대학생, 고대생인 것은 김연아 본인이다. 그녀도 이제 성인으로서 자신의 일은 책임지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대회나 훈련 일정이 많지 않아 학교에 나올 수 있다면 수업에 충실하게 참여해야 하고, 일정이 겹쳐 오랜 기간 학교에 나오기 힘들다면 휴학을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떠한 방법을 택하든 이제 그녀는 성인으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연아가 졸업하면서 취득하는 학위는 ‘피겨학사’가 아니라 ‘체육교육학사’이다. 피겨 특기생으로 학교에 입학하였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만 가지고 체육교육학사 학위를 그냥 받아갈 수는 없다. 올림픽 금메달과 체육교육학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녀가 당당하게 체육교육학사를 취득하려면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체육교육과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해야만 한다.

빙판 위의 김연아는 글자 그대로 퀸(Queen)의 모습으로 누구보다 아름다운 연기를 펼친다. 빙판 위에서 그녀는 최고의 스타일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그녀는 우리와 똑같은 학생일 뿐이다. 앞으로는 ‘피겨퀸’으로서의 김연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퀸’ 김연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SPORTS KU 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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