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11월 초에는 감성적인 음악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늦가을의 감성에 딱 맞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입니다. 보통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 불립니다. 사실 사람들이 어떤 작곡가를 기억하는 데에는 규모가 작은 소품곡(Miniature)보다는 교향곡 위주의 대작이 더 효과적이지만, 슈베르트의 경우는 청초한 가곡과 함께 미뉴엣, 왈츠 등의 소품에서 작곡능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즉흥곡(Impromptu)도 소품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데, 특히 이번에 소개드릴 곡들은 그가 즐겨 작곡한 가곡과도 같은 부드러움과 유려함이 잘 나타나있는 곡들입니다.

당시는 교향곡, 소나타 등의 대곡 위주의 작곡법이 쇠퇴할 무렵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두 개의 즉흥곡집은 각각 4악장 구성의 소나타로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출판업자의 조언에 따라 개별적인 주제를 가지는 4개의 즉흥곡집으로 출판된 것입니다. 기교위주의 피아노곡이 아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멜로디로 구성된 이 즉흥곡들은 곡마다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실 때에도 강렬함이나 피아노 테크닉을 중심으로 감상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각 곡 안에서 멜로디가 흐르는 대로 곡을 따라가기만 해도 슈베르트곡 특유의 낭만과 서정성을 잘 느끼실 것입니다.

특히 가장 유명한 즉흥곡 D. 899의 2번을 듣고 있으면, 곡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을 전해집니다. 곡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내림마장조의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특히 오른손으로 연주하는 멜로디 부분이 아름답게 연결되는 테크닉이 인상적입니다. 곡의 가운데 부분에 들어가면 갑자기 나단조로 조성이 바뀌면서 일면 어두우면서도 격렬하게 전개되다가, 다시 마장조로 조성이 바뀌면서 앞부분과 마찬가지로 장조 특유의 안정감과 부드러움이 드러납니다.

이 곡에 대한 명반은 많지만,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안정적이고 풍부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1989년 녹음반을 추천합니다. 브렌델의 연주는 항상 악보에 충실한 담백한 음색을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건반 위로 진솔한 음을 들려주면서 작곡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들려주고자 하는지에 초점을 둔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대가로 불리는데, 이 즉흥곡 연주에서는 즉흥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초점을 둔 연주를 보여줍니다. 즉흥곡집을 접하는 데 있어 이만한 음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하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려냈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11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조세현 생명대 생명과학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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