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턴을 말하다’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여름방학동안 6주간의 인턴과정을 마친 김흥열(정경대 통계05) 씨와 이예원(정경대 통계09) 씨를 만났다. KISA는 인터넷 및 정보보호 관련 전문기관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준 정부기관이다. 통계학과와 KISA는 연계를 통해 인턴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본교생 7명이 인턴을 경험했다.

▲ 사진│김다혜 기자
KISA를 선택한 이유는
김흥열 │ 평소 공공기관의 업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들리는 말처럼 사기업과 달리 유연하고 여유로운지 궁금했다. 그래서 통계학과와 연계한 기업 목록 중 공공기관과 가장 비슷한 KISA를 선택하게 됐다.

특별한 선발기준이 있나
김흥열 │ 일단 과에서 뽑기에 전공이나 이중전공이 통계학과여야 했다. 지원 서류를 내고 교수님들이 면접을 보는데 면접 시 지원 동기나 합격 후 활동계획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 같다. 학교에서 1차로 뽑으면 명단을 회사로 넘겨 회사에서 최종 합격 여부를 가린다.

어떤 업무를 맡았나
김흥열 │ 인터넷문화진흥단의 KISA 아카데미에서 근무했다. 이 부서에선 인터넷 윤리를 명확히 확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주된 업무는 그 프로젝트 중 국내의 인터넷 윤리에 관한 논문을 정리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5주 동안 준비했다. 그 외에도 서류 작성 등의 업무 보조를 맡았다.

이예원 │ 알찬 인턴생활을 보내기 위해 여러 부서 중 가장 일이 많을 것 같은 홍보실에 지원했다. 예상대로 출근 첫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촬영, 동영상 제작, 홈페이지 개편 등 홍보물 제작 전반에 관한 일을 했다. 당시 KISA에는 홍보물 제작을 맡은 담당자가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숙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나에게 배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때 담당자분이 ‘한 달 동안 많이 알려주고 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학과공부와의 연계성은
김흥열 │ 우리가 파견된 부서는 통계학과는 거리가 먼 부서였기에 딱히 도움된 건 없었다. 조사․분석팀에 파견된 다른 학생은 통계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고 들었다.

회사 분위기는 어땠나
김흥열 │ 정말 가족적이다. 상급기관에서 공문이 내려오면 이메일 계정이 없는 나에게도 꼭 챙겨줘서 읽을 수 있었다. 회식도 자주 있었는데 술을 강제로 권하지 않았고, 선약이 있다고 미리 말하면 참석하지 않아도 됐다. 6주가 지난 후 정이 많이 들어서 인턴기간을 마치고 몇 주간 더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였다.

이예원 │ 우리 부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주 월요일 회의를 하는데 인턴이라고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식사원인 것처럼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고 항상 내 의견도 물어봐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이예원 │ 인턴기간 중 KISA 통합 2주년 기념식이 있었는데 그 때 기관 소개 동영상을 나 혼자 만들었었다.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밤낮을 새웠다. 재미있게 만들려고 했는데 공기업이라 너무 웃기게 만들지 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기념식 당일 전 직원 앞에서 틀어졌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내 동영상으로 홍보실 전체가 칭찬을 받아서 뿌듯한 경험이었다.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김흥열 │ 굳이 말하자면 상사의 사적인

▲ 사진│김다혜 기자
업무까지 보조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업무와는 큰 관련성이 없는 지시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상하관계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생활에서는 이런 상하관계를 접하기 쉽지 않다. 짧은 기간이나마 사회의 수직관계를 느껴볼 수 있었다.

이예원 │ 나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 원장님과 마찰이 있었다. 나는 파워포인트에는 최소한의 내용만 담고 간단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 내 취향대로 만들자 원장님은 100여 개의 파워포인트 템플릿을 던져 주셨다. 컨텐츠가 많은 기존의 방식대로 만들어야 했고 결국 원장님의 말씀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사회에서는 윗선에 맞춰야 하는 일도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실제 이 회사에 입사하라면
김흥열 │ 분위기도 가족적이고 업무가 비교적 여유로워서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원 소수만 서울에 남고 사무실이 나주로 곧 이전한다고 들었다.

이예원 │ 첫 직장으로는 선택하고 싶지 않다. 젊은 나이에 다니기엔 여유롭고, 일이 없을 때는 무료할 것 같다. 아직 젊기 때문에 첫 직장은 치열한 곳으로 정하고 싶다. 나이가 든 후 여유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인턴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김흥열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불평, 불만이 많고, 합리적이고,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인턴생활을 잘 보내려면 ‘나는 명문대생, 고급인력이야’라고 하는 유아독존의 인식을 먼저 버려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예원 │ 자유롭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회사를 선택해 길을 찾아 봤으면 좋겠다. 어렵더라도 한 번쯤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일을 경험해보는 것은 무척 뜻 깊은 일이다. 일이 많은 곳을 택해 가는 것도 좋다. 인턴 활동을 하고 온 사람들을 보면 ‘어느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했다’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턴기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세세히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남는 게 많다고 본다.

인턴활동 후 느낌 점
김흥열 │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히 말해서 100% 열심히 하지 않았다. 게으름도 피우고 나태해 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독려를 많이 해주셨다. 칭찬 덕분에 어딜 가서든 잘 견뎌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예원 │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컴퓨터 공부만 해서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아서 통계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인턴기간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을 하면서 컴퓨터에 대한 애정도 다시 갖게 되었고, 컴퓨터와 통계의 무궁무진한 연계가능성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미 갖고 있던 재능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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