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듀는 미국의 중서부의 인디애나에 위치하고 있고, 계절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겨울에 조금 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흔히들 퍼듀에 가면 공부밖에 할 것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면적의 세배 도 넘는 곳에서 주로 옥수수를 키우고 있으니, 콘푸레이크의 원조가 되는 곳이라고 하여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퍼듀에서 처음으로 기억되는 것은 규목적인 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단과대학이 한 건물을 사용하는데에 반해, 퍼듀에는토목공학과의 경우 지하 2층 지상 5층의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니, 규모가 얼마나 클 것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또한 각건물에는 별도의 도서관이 있었는데, 결정구조를 연구했던 나는 물리학과 도서관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물리학과 도서관에는 거의 100년 전의 학위논문도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 마치 100년전의그 사람들을 만나보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읽고 연구했을 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연구를 흐름을 느끼는 것 혹은 한 사람이 쓴 논문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그 사람이 연구해온 과정을 밟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중의 하나였다.

퍼듀대학교 약학대학은 MCMP (Medicinal Chemistry and Molecular Pharmacology), IPPH (Industrial and Physical Pharmacy), PHPR (Pharmacy Practice)라고 하는 세 department로 나뉜다. 그 중 나는 IPPH 하에 있는 그 중에서도 solid state chemistry라고 하는 약학과 물리화학, 화공이 합쳐진 연구분야에서 학위를 하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원때 암환자를 위한 진통제 패취제제를(항암진통제 fentanyl citrate 의 iontophoretic transdermal drug delivery) 개발하는 것을 연구하였다. 대학원 과정에서drug delivery system을 연구함에 있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물리화학적 현상에 대한 갈구가 더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퍼듀약대에는 전통 약제학 분야에 속하는solid state chemistry 분야가 유명한 곳이다. Solid State Chemistry 분야는약물의 물리화학적 성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안정성, 용해성, manufacturability를 갖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의 학문적 갈증을 해결하기에 좋은 분야였다. Solid state chemistry 분야에만 다섯분의 교수님이 계셨고, 나는 그 중에 Stephen R. Byrn 교수님 방으로 가게 되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에게 주어진 일은 약물을 결정화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손바닥만한 약물결정을 얻은 뒤 그룹미팅 시간에 가져갔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결정의 여왕이 되었다. 그때부터 아마도 나의 결정화는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결정의 모양이 결정되는 각 면의 성장속도 (growth rate)에 대한 과세미나를 들었을 때, “아 바로 저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 뒤로 결정성장에 빠져들어 한국에 들어올때까지 결정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다.

유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학문적인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퍼듀는 미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학교중에 하나인데, 유학을 하면서 거의 전세계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을 배운것이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경험이 아니었나 한다. 또한, 훌륭하신 석학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학문적 열정과 훌륭한 인격을 몸소 체험한 것이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길잡이가 되었다. 나이가 70이 훌쩍 넘으신 교수님들께서도 직접 pipette을 들고 실험하시는 것도 보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나의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고 시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유학을 가는 것은 꼭 학점이 좋은 사람만이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문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갈 수 있고, 학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보기를 그리고 그로인해 얻어지는 넓은 가슴을 갖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은희 약학대 교수·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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