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청춘은 참 고민도 시련도 많다. 그래서인지 따뜻하게 보듬어줄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줄 조언자를 갈망한다. 위로와 조언이 필요한 청춘들이 신경민 논설위원을 만났다. MBC 뉴스 앵커 시절 진실을 ‘날 것’ 그대로 클로징 멘트를 전했던 신경민 논설위원. 학생들과 마주한 신 위원은 우리의 고민을 경청하고 공감했다. 그리곤 우리의 탓이 아니라고 위로했다. 그의 위로와 조언에는 어떤 포장도 없었다. ‘날 것’ 그대로 말했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신경민 논설위원과의 대화엔 김지수(정경대 정경학부11), 신희민(정경대 경제08), 전상현(문과대 중문08), 장혁진(미디어05) 씨가 참여했다.

장혁진∣신경민 논설위원의 20대는 어땠나요
신경민∣제가 20대였을 땐 박정희 정권 시절이죠. 그땐 독재가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독재는 영원할거다’라는 식의 생각을 했죠. 아주 절망스러운 시간이었어요. 8학기 중에 2학기만 학교(신경민 논설위원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했다)를 다닐 수 있었고 나머지 6학기는 학교 교문조차 들어갈 수 없었을 때가 많았죠. 다방에서 커피 마시고 종로5가에서 막걸리, 소주를 마시며 보냈어요. 그땐 참 토론을 많이 했어요. ‘등록금은 다 내고 왜 교수 얼굴은 코빼기도 못 보고 살아야할까’라는 의문이 토론의 시작이었죠. 독재의 영구집권이 가능한 사회, 경제, 국제정치적 배경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와 토론을 했습니다. 그땐 역도반에서도 토론을 할 정도였어요. 혁명을 겪지 않고서는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세대보단 정치화가 빠른 편이었죠. 그때의 저는 고민을 참 많이 했고, 책을 편식해서 읽었고, 현실에 기반을 둔 토론을 많이 했죠. 그렇게 20대를 보낸 것 같아요.

▲ 신경민 전 MBC앵커

장혁진∣그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신경민∣가장 큰 고민은 혁명을 해서 사회를 바꿔봐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는 여기서 토론만 해서 바뀌는 게 있겠냐며 공단으로 들어갔어요. 그게 김문수, 손학규, 심상정, 노회찬 같은 사람들이에요. 여기서 막걸리 먹고 토론하면 뭐하냐, 현실을 바꿀 혁명을 위해 노동자, 농민, 어민과 함께 뭉쳐야 한다고 했죠. 나는 취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거기서 길이 갈라진거죠. 그 시대엔 연애를 하는 것, 옷을 멋지게 입는 일조차 사치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국가와 민족을 우선으로 생각했죠.

장혁진∣요즘 젊은이들은 우는 소릴 참 많이 하잖아요. 이렇게 된 원인이 ‘기성세대의 잘못이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경민∣그 말엔 공감해요. 사실 우리가 좀 약하게 키운 것 같애(웃음). 너무 풍족하게만 커서 어려움을 잘 모르죠. 우리 세대가 젊은 세대를 엄격하게 지도할만한 배짱도 없고 분석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요. 듣기 싫은 얘기지만 그 말은 맞다고 봐요. 우리 윗세대는 굉장히 어렵게 자라 집안에서조차 생존경쟁을 했죠. 일상이 경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생존경쟁을 천성적으로 잘 모르죠. 그래서 우리 세대가 엄격하게 키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 김지수(정경대 정경11)

장혁진∣젊은이 입장에서는 ‘너희가 너무 약한 것 같다’라는 얘기는 좀 가혹하게 들립니다
신경민∣그건 젊은 세대가 잘못한 게 아니라 부모 세대가 잘못한거죠. 부모가 항상 자식에게 뭘 못해줘 안달나고, 개판을 쳐도 봐주는 건 아니라고 봐요. 조금 엄하게 키웠어야하고 올바름에 대한 교육과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이해시켜 줬어야 했죠. 그건 젊은이들 잘못이 아니에요. 부모 세대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김지수∣MBC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클로징 멘트에서 본인의 의견을 확실하게 드러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앵커도 회사의 일원인데 갈등은 없었나요
신경민∣사회 안에는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이 언제나 존재해요. 갈등은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갈등을 무서워하면 안돼요. 언론은 진실을 추구하는 곳이죠. 그런데 진실을 가로막는 것들은 셀 수도 없어요. 기자는 갈등 속에 기름을 지고 불을 붙일 태세로 들어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말 어렵죠. 언론인이 기본적으로 충성을 받쳐야 하는 것은 회사가 아닌 시민입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면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어요. 진실을 은폐할 땐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 장혁진(미디어05)

김지수∣자신의 가치관을 표명하는 동시에 그것이 아집으로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내 주장이 옳다는 태도를 보이시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는 분명히 전할 방법은 무엇인가요
신경민∣클로징 멘트를 구성할 때 끝까지 논리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제가 모르는 건 잘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느냐 하는 이슈들이 있는데 그건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거에요(웃음). 모든 일의 가장 밑바닥에는 진실이 있고 그 다음에는 신뢰가 있다고 생각해요. 괜히 잘못 이야기 했다간 그동안의 신뢰까지 무너져 버릴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한거죠. 자신이 항상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사회에 힘 있는 사람은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죠. 그게 바로 오만해지는 지름길입니다. 겸손은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덕목입니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을수록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충고를 한번 거부하면 ‘저 놈은 말해봐야 안되는 놈’이라는 생각에 아무도 충고를 하지 않아요.

장혁진∣요즘 젊은이들이 신문 방송 같은 주류 언론 보단 SNS, 꼼수다 같은 대안 언론에 공감하고 있어요. 주류 언론인으로서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신경민∣SNS의 중요성은 인정해요. 하지만 SNS는 언론이 아니라 ‘언론적’ 기능을 하는거죠. ‘언론적’과 ‘언론’은 다릅니다. 언론이 되려면 뉴스를 모아 가치판단에 따라 편집을 해 보여줘야하죠. SNS가 이 역할을 하진 못합니다. 물론 언론의 기능을 할 때도 있죠. 지난 추석 때 강남역이 침수 됐을 때 SNS가 뉴스를 전하는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죠. 대부분은 언론을 실어 나르거나 사담을 나누는 공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 신희민(정경대 경제08)

신희민∣비대면적인 접촉수단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진정한 관계’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진정한 관계’를 맺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땐 전화가 유일한 수단이었고 웬만한 일은 만나서 처리를 했죠. 요즘엔 인터넷이 발달해 너무나 많은 비대면적 접촉이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관계를 위해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친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친구를 사귀고 어떻게 사귀느냐는 내 인생에도 영향을 끼쳐요. 저는 늘 친구를 ‘Intellectual Sparring Partner(지적논쟁상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친구를 통해서 자기 함정이나 잘못된 논리를 교정 받을 수 있죠. 힘을 길러낼 수도 있고요. 그게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비대면적 접촉은 보조적인 수단은 돼요. 하지만 아무래도 깊고 긴 이야기를 하려면 직접 만나 어려움을 상의하고 서로의 생각을 물어보는 게 중요하죠.

전상현∣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연마하고 싶다기보단 내 의견을 표현할 때 말을 잘 활용하고 싶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신희민∣지금까지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것 뿐이에요. 훈련하면 모두 됩니다. 기술적인 교육의 목표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이죠.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 교육이 그것이 잘 안 돼 있죠. 특파원을 하며 미국에서 자녀 교육을 해봤는데 초등교육부터 끊임없이 연구 과제를 내주더군요. 과학조차 단순 암기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 학습해요. 미술, 과학, 음악 등 어떤 분야건 끊임없이 글을 쓰고 발표를 합니다. 우리 교육도 이를 배워야 합니다. 자신이 소화한 것을 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강의 중에도 쉽게 쓰라는 말을 자주 해요. 하지만 쉽게 쓰는 것이 쉽지 않죠. ‘붙잡다’라고 쓰라고 해도 ‘연행’이라고 쓰고 ‘가로채다’라고 쓰라고 해도 ‘횡령’이라고 써요. 어려운 단어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죠. 글을 쉽게 쓰면 말도 쉽게 할 수 있게 돼요. 원칙은 글을 말하듯이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글 쓰듯이 말하면 안됩니다(웃음).

▲ 전상현(문과대 중문08)

장혁진∣본교에서 강의하고 계셔서 고대생에 대한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특별히 고대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신경민∣고대의 지나친 학연강조가 한국사회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같아요. 나도 고대와 인연을 맺은 사람으로 솔직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적으론 불가능한 일이 고대생끼리는 됩니다. 지연과 본질적인 논리가 똑같고 그것이 한국사회를 하향평준화 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고대생들은 졸업하고 사회에 편입이 됐을 때 그 프리미엄에 편승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그 프리미엄을 과감히 버리고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받을 용기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한국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죠. ‘내가 고대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왔으니 그 안에 있는 모든 특혜를 누릴거야’라는 건 지성인이 할 생각은 아니죠.

일동∣20대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떠세요
신경민∣요즘 20대는 고민이 참 많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이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이 돼 그 고민을 해결해주진 못하죠. 개인이 노력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정치권이 빨리 해야돼요. 지금 바로 착수해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10년 정도는 걸립겁니다. 이전 정치권이 정책을 잘 잡았다면 지금 20대가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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