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두발검사할 때 일이다. 많은 학교가 그랬듯이 항상 교문에서 두발검사를 했다. 그 때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걸리지 않고 넘어가는 방법이 많이 있었다. 여러 애들이랑 한 꺼번에 들어가거나 나보다 머리 긴 애랑 함께 들어가는 등으로 몰래 교문을 통과했다. 그래도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꼭 한 명씩은 걸렸다. 보통은 주의를 받고 다음 날까지 머리를 자르고 검사를 받으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선생님께 ‘왜 나보다 더 머리 긴 사람 많은데, 왜 쟤들은 안 잡아요?’라고 한 마디 한 후, 엄청 맞은 적이 있었다. 그 때 학생주임 선생님이 한 말은 ‘남이 어떻든 너 스스로가 잘못됐으면 고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맞은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명 남들이 어떻듯 자신만 잘 처신하면 문제가 없다. 주변 사람이 못한다고 본인도 못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질 않는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억울하고 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본인의 죄가 용서되진 않는다.

최근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딱 그 생각이 났다. 아나운서 집단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강 의원이 자신도 역시 개그맨처럼 ‘웃자고 한 얘기’에 욕을 먹는 것이 억울했던 듯하다. 물론 최효종 씨가 한 말과 강 의원이 한 말의 상황이 전혀 같지 않겠지만, 강 의원은 타인의 사례로 자신의 분함을 어필하고 있다. 중학교 때, 엄청 맞은 그 친구랑 똑같은 논리다. 어떻게 보면 더 심하다. 강 의원은 일종의 ‘고자질’까지 한 셈이니 말이다.

세상엔 억울한 일이 정말 많다. 자신이 정말 죄가 없어도 세상의 질타를 받는 사람도 분명 있고 자신의 죄가 다른 이보다 가벼워도 형벌은 더 무겁게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가 떼쓰듯이 다른 사람도 그런다고 우기는 것이 어른으로서 할 일일까. 어른이면 이제 때려서 가르칠 수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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