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 유세 당시 선본원들 외엔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 | 김다혜 기자
등록금, 실업문제, 주택문제가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한 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나경원 두 후보가 대학생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뭘까?

선거는 유권자가 유일하게 정치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시기다. 선거에 승리해야 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는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학생 관련 정책이 많이 등장한 건 대학생의 표가 중요하다는 걸 두 후보 모두 알았기 때문이다.

투표참여를 효용성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투표하러 가기까지의 수고로움이 과연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안 주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투표는 무조건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건 단순히 특정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교내 선거에 있어서는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 최근 수 년 간 총학생회 선거는 사실 투표율과의 전쟁이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연장투표가 진행됐을 정도로 투표율은 저조했다. 평균 투표율도 50% 초반이다. 그나마 2007년부터는 모바일투표 제도를 도입해 해결책을 찾는 듯 했으나 그때 뿐 이었다.

선거철에 걸맞게 각 총학생회 선본이 교내 곳곳에서 선거유세를 다니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지만 관심을 보이는 학생은 거의 없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선본 학생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다.

총학생회에 대한 무관심과 투표율 저하는 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것과 ‘나’의 학교생활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총학생회장이 누가 되든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총학생회장과 ‘나’는 서로 관계가 없을까?

총학생회칙에 명시된 총학생회장의 권한은 다음과 같다.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를 대표하여 운영위원장과 집행부의 장이 된다’(제4장 21조 1항)
‘총학생회장은 본회 및 회원에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학교에 건의서를 제출할 수 있다’(제4장 21조 2항)
‘총학생회 전체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 및 결산을 편성하여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대의원회에 제출한다’(제4장 23조 3항)
‘총학생회의 최고 운영기구인 운영위원회 위원장이 된다’(제4장, 제5장)

회칙상으로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쉽게 말하면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관한 정책 심의에 참가하고, 장학금·한자인증제도·1년 학생회 예결산 심의·휴게실 개선, 심지어는 열람실 의자까지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쯤 되면 누가 총학생회장이 되는지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총학생회의 역할도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회칙에 의거해 총학생회장은 고려대 학생을 대표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생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데 권리를 포기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유권자로서 떳떳하게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때, 학생사회도 발전하고, ‘나’의 삶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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