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과 에단 코엔 형제 감독은 뛰어난 카메라 기법과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왔다. 코엔 형제 영화는 커다란 영화 박물관을 뒤져, 자신들이 만들려는 장르의 결작들을 찾아내 패러디한다. 장르 영화의 규칙들을 역이용하고 재해석해서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항상 공동으로 해 온 이들 형제 감독은 전통적인 장르의 관습에서 탈피하여 부조리하고 기발한 유머가 가득 찬 자신들 고유의 색채와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 온 영화 작가들이다.

데뷔작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1984년>은 술집 바텐터와 사장, 그리고 사장의 부인과의 삼각관계에다가, 그들의 삼각관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립탐정이 끼어들면서 모두 파멸하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필름 느와르 전통에 블랙 코미디를 결합시킨 작품이며, 마지막 순간에 인간은 결국 진실을 깨닫는다는 실존적 주제의식을 희극적인 은유의 결말로 보여준다. <아리조나 유괴사건,Rasing Arizona,1987년>은 로맨틱 코미디의 인물 설정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풍자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할리우드 고전 코미디 영화들의 여러 장면을 패러디하여 새로운 영상으로 표현해냈을 뿐 만 아니라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밀로스 크로싱,Miller's Crossing,1990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의 엇갈린 대결 구도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멜로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변형된 갱스터 영화이다.

코엔형제의 영화들이 단순한 모방을 벗어나 그들의 스타일이 될 수 있는 것은 등장인물의 해석에서 전혀 관습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잣대를 뛰어넘는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는 전형화 된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 바로 이런 등장인물들이 필름 느와르나 갱스터, 또는 범죄 스릴러 영화임에도 풍자와 웃음을 준다는 게 코엔 형제 영화의 신선함이다.

깐느 영화제의 작품상을 수상한 <바톤 핑크,Barton Fink,1991년>는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해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풍부한 상상력과 풍자로 묘사했다. 보통 사람들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뉴욕의 극작가 바톤 핑크는 한 편의 희곡이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할리우드로 초청받아 온다. 그리고, 작가의 창조력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직 돈만 밝히는 할리우드의 지옥과 같은 상황과 직면하게 되면서, 그의 악몽은 시작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41년은 할리우드가 3대 시스템인 스튜디오 시스템, 스타 시스템, 장르 시스템으로 영화를 많이 생산해 낼 때이다. 이런 꿈의 공장 시대에 코엔 형제는 바톤 핑크라는 작가의 악몽을 빌어서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할리우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코엔 형제는 평범한 등장인물의 비뚤어진 탐욕과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한 상황과 비극적이고 허무한 결말을 담아냄으로써 인간 내면의 본성과 정체성에 관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 청부업자들에게 부인을 납치시켜서 장인으로부터 몸값을 받아내려다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자동차 세일즈맨의 이야기인 <파고,Fargo,1996년>와 평범한 카우보이가 우연히 줍게 된 돈 가방 때문에  뒤쫓아 오는 킬러에게 결국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수상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2007>가 그런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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