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미FTA가 단 4분 만에 언론보도의 통제 속에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다. 다음날 경향신문은 한미FTA에 찬성한 의원들의 면면을 1면에 실으며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것을 선언했다. 한미FTA의 내용과 영향, 한국과 미국간에 걸쳐있는 관련 법조항에 대해 충분한 논의도 없이 단지 필요하고 서둘러야 한다며 국회 절차를 마쳤다. 이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외교조약의 날치기통과라는 새로운 기록이 생겼다. 그래서 이를 한일합방을 가져온 을사늑약에 비교하기도 한다. 을사늑약도 한일간의 외교협정이었고, 당시의 매국관료들에 의해 정치적 절차가 진행되었다.

한미FTA 논란과정에서 반대 측의 의견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거리에서 반대집회를 하는 시민들에게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아버리는 게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가행사라며 G20 정상회담의 경제효과 24조 원을 장담하던 정부당국을 분명히 국민은 기억한다. 확실한 손실을 모호한 이익으로 가리고, 가상의 이익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방식은 지난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파생금융상품의 자본 중심적인 논리와 진배없다. 한미FTA를 통해 미국식 시장 자본주의가 국내의 허약한 시장기반을 흔들 것이고, 외국 자본의 모습을 빌려 공공부문에 진출하려는 국내 거대자본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이미 통과된 협약이니 우리가 잘하기 나름이다 식으로 문제를 매듭지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누구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군사작전 하듯 서둘렀는지 더욱 물어야 한다. 이번 통과를 주도한 정부와 여당이 자신하듯 한미FTA가 가치가 있다면 내년의 총선과 대선의 정치일정에서 국민의 지지로 이어질 것이다. 갑작스레 닥친 한파처럼 한 순간에 결정된 한미FTA 국회비준의 효과라면 그 첫 번째는 국민의 정치적 감각을 일깨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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