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 병행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됐다. 이 법안은 같은 날 있었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 회기로 통과가 미뤄졌다. 하지만 국회일정상 이 달 말쯤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여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논란이 마무리되고 외국인노동자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 병행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의 △외국인근로자 보호 △취업제한 △사업장 변경 제한 △내국인과 동등한 수준의 고용관리 △불법체류자 처리 등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의 제안 이유로 △체계적인 외국인근로자 도입을 통한 인력부족 해소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 마련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변화는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준비해온 것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되기 전까지 국내 여론은 산업연수생제도의 유지와 고용허가제 실시란 두 가지 안으로 나눠져 팽팽히 맞선 형국이었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에서는 외국인 송출비리, 인권침해문제, 외국인노동자 권익보호 등을 내세우며 연수생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주장했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내국인 취업보호와 임금상승 등의 부작용을 내세우며 절대불가란 입장을 취해왔다. 이 법안의 의결과정에 대해 노동부 외국인고용대책단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에서는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 또는 순수연수 목적의 제도로 개선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려고 노력했었다”며 “고용허가제에 대한 반대입장이 거세 일단은 반대하는 쪽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병행실시는 적당한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안의 의결과정에서 문제가 된 고용허가제와 연수생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은 두 제도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노동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국내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재보험, 최저임금, 노동3권 등을 보장받는다. 법적으로는 그들이 노동조합을 설립, 운영할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연수제도에 의해 한국에 들어온 연수생은 교육이외에도 근무를 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이 국내 노동자와는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두 제도 모두 체류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지만, 연수 1년·취업 2년인 연수생제도와 비교해 고용허가제는 체류기간 전부를 취업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이 현행 연수생제도에서는 연수기간의 임금은 취업기간 임금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새로운 외국인노동자 관련 법안이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 병행실시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러한 논란은 일단락 된 상태이다.

 일단 병행실시로 법안의 찬반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법안의 실시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 법안에서 성격이 다른 두 제도의 병행실시 원칙에 따라 두 제도의 적용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선희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상담부장은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의 병행실시에 대해 “우선 외국인노동자 관련 법안에서 고용허가제가 언급되고 의결되는 상황에는 찬성한다”며 “하지만 법안의 실제 실행과정에서 두 제도 사이의 외국인 수용인원의 비율을 산업연수생제도에 높게 설정한다면 이 법안은 외국인노동자에겐 속은 비어있고 겉만 그럴듯한 법안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유광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연수총괄부서 부장은 “예전에는 반대했었지만 지금은 병행실시로 가는 것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을 원한다”며 “외국인근로자 노동3권과 관련 외국인이 단체행동 등 노사불안을 일으킨다면 중소기업운영이 어려워지니 그들의 단체행동을 제한할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오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안 부칙에 있는 불법체류자관련 법조항은 장기불법체류자에겐 인정을 베풀지 않고 있다. 법조항에는 4년 이상 장기 불법체류자는 무조건 강제 출국의 대상이 된다. 이에 서울외국인센터에서 만난 동남아시아인 라빈(가명. 34) 씨는 “체류한지 4년이 넘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별 수 없이 집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법체류는 잘못한 것이지만 한국정부의 배려만 있다면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장기불법체류자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집계) 상황에서 이 법조항은 인력난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약 36만 명(2월 현재, 노동부통계)으로 그 중 불법체류자는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28만 명 수준이다. 이 중 현재 약 2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다음 달 1일자로 강제출국 위기에 처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력부족을 겪는 한국노동시장에는 합법적이고 충분한 인력확보를, 외국인노동자에게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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