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윤제훈(경영대 경영04), 안지영(법학대 법학06), 최지은(문과대 영문06) 씨. 사진 | 김다혜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인턴 6기로 3월부터 9월까지 근무한 최지은(문과대 영문06, 국제연대위원회), 윤제훈(경영대 경영04, 소수자 인권위원회), 안지영(법과대 법학06, 여성인권위원회) 씨를 만나 6개월 간의 경험을 들었다.

민변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
안지영|우린 소속된 곳이 서로 다른데 민변 인턴은 보편적으로 하는 일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자료 리서치, 판례 모으기, 언론 모니터링, 어떤 법안이 상정됐는지 살피는 일 등을 했다. 내가 일했던 여성인권회에선 성매매나 호주제 같이 여성인권과 관련된 회의가 있으면 자료조사를 하거나 여성부에서 나오는 논평과 책을 읽는 일을 했다. 기본 업무 외에는 인턴을 관리해주시는 간사를 따라 NGO기자회견이나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윤제훈|소수자 관련 기사를 매주 스크랩해서 같이 공유하고 회의를 위한 자료를 만들었다. 지난 여름에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술대회’에서 에이즈 감염자를 위한 활동가들과 함께 일했다. 한국인 에이즈 현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지은|국제연대위원회에서는 번역일을 아주 많이 한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7일까지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렸는데 이사회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번역해야 했다. 또 민변이 한미FTA 성명서를 발표하면 그것을 번역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국제연대위원회 번역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서 번역일이 있을 경우 도와주기도 한다.

인턴은 어떻게 선발하나
윤제훈|서류, 면접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6기는 각 위원회별로 따로 뽑았는데 개별 위원회의 경쟁률은 모른다. 우리 땐 22명을 선발하는데 약 90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격에 위원회별 전공우대조건이 있던데
안지영|전공이 선발기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여성인권위원회에서는 2명을 뽑았는데 1명은 법학, 1명은 여성학 전공자를 뽑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둘 중 한명은 사학과였다. 여성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간사도 전공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했고 다음 기수를 선발할 땐 전공을 보지 않았다.
최지은|국제연대위원회의 경우 ‘영어능통’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이 떨어지는 걸로 봐선, 영어 실력보다는 인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상담변론팀에서는 특성상 법을 전공한 사람만 뽑는다.

민변에서 인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최지은|딱히 준비해야 할 건 없지만 면접은 준비해야 한다. 면접 보기 1달 전에 유엔에서 특별보고관이 다녀갔는데 그 사람에 대해 물어 보더라. 지원한 분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보려는 것 같았다.
안지영| 민변에서 자기가 지원한 분야에 대해 어떤 논평을 냈는지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그 만큼 자신이 지원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도 중요하다. 일반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쓰는 빈칸이 있는데 이 질문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나 인권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하는 것 같다.

일반 로펌 인턴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최지은|로펌보다 개인적인 시간 여유가 많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민변은 자기가 원하는 요일을 정해서 일주일에 두 번만 나가면 된다.
안지영|로펌 인턴은 원래 잘 뽑지 않는다. 요즘엔 로스쿨생이나 사법연수생이 아니면 로펌 인턴으로 근무하기 힘들다. 게다가 로펌은 공식적으로 인턴을 뽑지 않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제훈|민변은 인권을 위해 일한다. 사익보다는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촛불 집회 때 사람들이 집시법위반으로 고소를 당하면 소속 변호사들이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법학 비전공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
최지은|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또 번역할 때 법률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긴 했지만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져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윤제훈|법률단체나 변호사가 무엇인지 배워보는 식의 인턴 프로그램이라 법률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턴을 하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지
안지영|실제 사건을 접하고 변호사들이 사건 판례로 회의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겼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형식논리를 중점으로 법을 공부했는데 인턴을 하면서 내가 배운 형식논리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게 됐다.
윤제훈|종교적 신념으로 군대를 거부해 3일 후면 감옥을 가는 사람을 봤다. 이런 소수자들을 우리 사회는 왜 포용하지 못할까 생각했고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변호사가 되면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싶은데 이쪽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보람있던 일과 아쉬운 일은 무엇인가
최지은|소수자 인권위원회와 함께 일하면서 에이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타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 뿌듯했다. 다만 기본업무 외에 국회 토론회 같은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안지영|노동위원회에서 일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인천의 이주노동자 노조의 노조위원장이 부당한 이유로 강제출국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서 민변이 그 사건을 맡았다. 재판준비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예상 질문도 만들었다. 관련 시행령의 경우 변호사들도 그때마다 공부해야 하는데 같이 자료를 찾고 스터디도 하면서 도왔다. 인턴이 끝날 무렵 결국 승소했는데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민변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지훈|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변호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배우고 인권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지원하면 될 것 같다.
안지영|로스쿨 지원 시 민변 인턴경력은 큰 스펙이 되지 않지만 로스쿨을 생각하는 사람에겐 꼭 추천해주고 싶다. 나중에 어떤 변호사가 될지 확실한 비전을 품는 계기가 됐다.

민변
민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약자로 1988년 출범한 단체다. 민변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인권변호사들을 한데 모으면서,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개혁의 일선에서 다양한 법률활동에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변 출신이다. 현재 600여명의 변호사가 12개의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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