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우(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사진 | 김다혜 기자
이진우(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요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어떻게 융합해야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며 “융합의 필요성은 있지만 매뉴얼이 있다는 사고방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1세기 사회에서 과학은 단순한 삶의 도구가 아니라 거꾸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막강한 힘이라고 말했다. 기존 인문학자들은 과학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일례로 독일의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행위의 본질이 변했다’며 ‘기술권력을 통제할 새로운 윤리적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이 인간본성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유전공학의 융합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인간향상기술’을 토대로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이 인간본성을 변화시키고 결국 인류의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를 가진다.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은 이러한 기술 낙관적 사상에 불편함을 느낀다. 또 과연 ‘인간향상기술’이 인간존엄향상기술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교수는 현대의 인간을 ‘호모 파버’에서 ‘호모 키버네티쿠스’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 인간이 도구적 기술을 인간 외부의 자연에 응용했다면 우리는 인간향상기술을 인간 내부에 적용한다.

기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미치는 수준은 세 단계로 구별된다. 수준1은 인간이 편리를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껴 기술을 사용한다. 또 ‘기술적 상상력’을 통한 기술 내부의 융합으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단계다. 수준2는 기술이 사회제도 및 사회관계를 변화시키는 단계다. 자동차의 매연가스는 환경체계와 연결되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기후변화로 확장돼 지구와 연결된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사회체계와 융합하기 때문에 ‘사회학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수준3은 기술이 인간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기술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규정하고 결정하는 패러다임의 역할을 한다. 기술의 발전을 보며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간으로 존재하길 원하는가?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수준3에서는 ‘문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수준3에서의 인문학적 질문이 역설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다고 했다. 또 인문학과 자연과학 모두 자기 영역에서 머물다 단절된 오늘날의 현실을 지적하며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문학은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해결책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선택공간을 확대해야한다. 또 인문학은 과학기술을 총괄적으로 파악하는 대신 수준 1, 2, 3 모든 수준에서 세부적으로 접근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간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