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조직문화의 형성은 1980년대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직관리의 요체로 인식되어 왔으며, 건강한 조직문화의 형성요인에 대한 주장과 탐색도 계속되어 왔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인들은 크게 조직비전의 공유, 의사결정구조의 민주성, 의사소통의 개방성, 직무수행 표준의 효율성, 보상의 공정성 등이 있지만 그 중 흥미로운 요인 중의 하나가 건강한 조직에는 영웅들이 있고 그 영웅들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화의 시대에, 그것도 자율과 평등의 공동체인 대학사회에서 조직의 영웅과 전설을 거론한다 해서 거부감을 가지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카리스마적인 권위주의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영웅은 전인적 인격을 갖추고 시대와 조직의 공동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선도하며 탁월한 역할성취를 이룬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조직에서는 그러한 영웅을 시기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있지만, 건강한 조직문화에서는 그러한 영웅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며 귀감으로 전설화하여 널리 전해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영웅의 탄생을 독려한다.


고려대학교 역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역할을 맡아 다양한 모양의 삶의 빛깔과 업적을 남기며 명멸해갔다. 예컨대, 시대의 어두움을 정론으로 질타하거나 풍류와 기행으로 독특한 인간적 멋을 보여준 교수들이 있었는가 하면, 교육자적 삶의 전형을 보여주거나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교수들도 있다. 또한 의로운 삶과 죽음으로 전설을 이룬 학생들도 있다. 그것뿐이랴. 뛰어난 경륜과 능력으로 학교발전에 견인차가 된 행정가도 있으며, 한 평생을 가려진 곳에서 높은 전문성과 헌신으로 학교를 위해 봉사한 직원들도 있다. 학교사랑에 물심양면으로 기여한 교우들도 많다. 이들이 오늘의 고려대학교가 있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고 또한 자랑스럽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전설로서 또렷이 살아있는 고려대학교의 진정한 영웅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한 인간이 다면적인 삶의 긴 여정에서 보여준 편린으로 조직영웅을 말하기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조직의 영웅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조직의 영웅은 자신이 영웅이라고 강변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영웅은 조직구성원들의 엄격하고 다면적인 검증을 이겨낸 사람만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직의 영웅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의 영웅은 조직목표와 연계하여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조직의 이상, 더 나아가서는 고려대학교의 교육이념을 고려하지 않은 고려대학교의 영웅은 생각하기 어렵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고대 정신에 관한 교양강좌에서 설립자의 일대기나 총장들의 전기 혹은 소위 사회적 명망가로 성공한 교우들의 일화를 전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영웅에 대한 좀더 다양한 내용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구성원들의 마음에 커다란 긍지를 주고 고양된 삶의 준거가 되는 영웅에 관한 전설을 전해주어야 한다. 영웅이 없는 조직은 드물다. 더구나 남다른 민족애와 저항정신으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견인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고려대학교에 영웅이 없을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누가 진정한 고려대학교의 영웅이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체계적으로 평가하는데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다. 일화는 많아도 영웅에 대한 전설은 희미하다.

다양성과 민주성이 추구되는 21세기에, 그것도 고려대학교 개교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새삼 조직영웅을 생각해 보는 이유는, 이들 조직영웅들이 조직의 수월성을 향상시키고 조직구성원들의 삶과 행동의 표준에 긍정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쳐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한다는 현대 조직사회학자들의 일반적 신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고려대학교의 더욱 건강한 조직문화의 형성에 기여하는 진정한 영웅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고려대학교의 진정한 영웅이 누구였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영웅들이 탄생할지 궁금하고 또한 기대되는 여름이다.

오영재(인문대 교직,교육행정)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